사공만 많아진 교육개혁…여당 "교육개혁 로드맵 제시해야"
이낙연 총리는 속도조절론에 힘실어…절대평가 1·2안 놓고 입장 갈려
혼선 자초한 교육부 …여당과 협의없이 일방적 발표
양자택일 전략도 분란만 초래…일각선 "교육부에 힘 실어줘야"
[ 박동휘 기자 ] ‘8·31 수능개편안’ 확정안 발표를 사흘 앞두고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시민단체 등의 훈수와 압박에 교육부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교육개혁의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문재인 정부의 제1호 교육개혁안을 시행하는 교육부가 ‘우군(友軍)’ 하나 없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사공만 많아져 개편안 발표를 둘러싼 긴장감이 치솟고 있다.
◆교육부 “예정대로 31일 발표”
27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1학년도에 적용될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발표를 오는 31일 강행키로 했다. 국어·수학·탐구를 제외한 네 과목 절대평가(1안)와 전 과목 절대평가(2안) 중 택일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발표 연기는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도 “발표일을 미루기보다는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의 로드맵을 함께 제시하는 등 국민의 오해를 푸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발표일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제시된 2개 안 중 어떤 것을 택하더라도 혼선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교육부가 시안을 발표하기 1주일 전인 지난 3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수능을 토론 주제로 올려 ‘완급조절’을 주문했다. “천천히 신중하게”라는 표현과 함께 1안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비해 여당은 ‘2안’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전 과목 절대평가로 확정하되, 교육개혁의 전체 그림을 보여줄 연계 대책을 함께 내놓는 방안이다.
◆우군 없는 수능 개편, 성공할까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나든 새 정부 교육정책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당·정·청이 제각각 움직이면서 여론이 사분오열되는 것을 오히려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지난 10일 시안 발표 이후 진보·보수 어느 쪽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하자 “수능 절대평가가 마치 새 정부 교육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돼 버렸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당과 협의 없이 진행한 ‘불통’ 교육부에 대한 섭섭함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흔들리면서 주도권을 쥐려는 사공들이 넘쳐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끄는 교육부에 대한 불신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문 대통령이 연말에 직접 발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힘겨루기에 교육부가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억울해 한다. 새 정부가 강조해온 ‘책임 장관제’라는 원칙이 적어도 교육 분야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경험보다 코드 인사’로 혼란 자초
사정이 이처럼 꼬인 것은 교육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시간을 정하고 양자택일을 강요한 독불장군식 태도가 분란을 일으켰다는 시각이다.
‘코드 인사’에 대한 지적도 많다. 한 교육계 인사는 “수능 개편을 담당한 실·국장 및 과장 모두 대입제도 개편에 경험이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총괄 책임자인 이진석 대학정책실장도 ‘직무대리’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개편안을 맡았다. 이 실장은 김 부총리가 경기교육감이던 시절 부교육감을 지냈다. 신익현 대학정책관(국장)은 교육부 간부 중 현 정부와 소통이 가장 잘 되는 인사로 평가받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실무 담당자인 대입제도과장 역시 해외 파견 근무 복귀 후 곧바로 수능개편을 맡았다. 교육개혁 이슈 중 가장 파급력이 큰 대입제도를 바꾸면서 경험보다 ‘코드’를 중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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