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문학 교과서에서 고(故) 신영복 선생님께서 쓰신 <나무야 나무야>라는 책을 보고, 읽게 되었다. 풍월에 대해 읊거나 임금을 향한 자신의 충절을 담은, 혹은 이별의 정한을 서정적인 문체로 노래한 문학 작품들을 보다가, 예비 대학생인 우리에게 신영복 선생님께서 남기신 글을 보니 숨이 탁 트인 기분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차치리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차치리라는 사람이 어느 날 시장에 신발을 사러 가기 위해 자신의 발의 본을 떴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 그 본을 가지고 오지 못해 집으로 갔다가 다시 시장으로 왔지만, 시장은 파하고 난 뒤였다. 사실 신발을 사기 위해서 본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는 그저 신어보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이러한 차치리의 이야기를 읽고, 나는 대학 입시를 앞둔 우리에게 그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대학을 왜 가야 하는가? 이 질문은 내가 평소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자 친구들과 가장 즐겨 토론하던 주제 중 하나였다. 요새는 대학이 취업의 발판이 되고 있다. 다들 차치리의 상황이 된 것만 같다. 진정한 ‘대학’이라는 것은, 더 깊이 공부하고 어떠한 학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기 위해 가는 곳이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사회의 일원으로서 환원하는 것이 진정한 대학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본질과 이상이 뒤바뀐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취업을 위해서 대학 학과를 정하고, 취업을 위해 고등학생 때부터 계열을 가려 진학하는 것이다. 이는 나의 서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을 준다.
대학의 본질이 퇴색되었다. 그것은 우리의 교육 시스템 자체가 더 이상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주입식 교육’, 이것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획일화된 지적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타날 확률은 더 낮아질 것이다.
차치리의 상황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신영복 선생님께서는 이미 이러한 바에 대해 지각하고 계셨다. 그는 책에서 차치리의 이야기에 대해 이러한 말을 남겼다. “탁과 족, 교실과 공장, 종이와 망치, 의상과 사람, 화폐와 물건, 임금과 노동력, 이론과 실천… 이러한 것들이 뒤바뀌어 있는 우리의 사고를 다시 한번 반성케 하는 교훈이라 생각합니다.”
백나현 생글기자(분당대진고 2학년) lalaissal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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