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 19년 만에 리마스터로 원작보다 화질 27배 높여
e스포츠 방송·강좌 열기 '후끈'
리니지도 모바일 두 가지 버전
3050 이용자 매일 70만명 달해 국내외서 흥행대박… 매출 급증
[ 김태훈 기자 ] 직장인 윤주연 씨는 요즘 갑자기 게임에 빠진 남편이 한없이 낯설기만 하다. 결혼 후 게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달 중순부터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밥도 먹기 전에 PC 앞으로 달려간다. 게임을 처음 사 들고 집에 들어오던 남편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다.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윤씨는 “처음에는 한심하다 느꼈는데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애틋하고 귀엽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어린 시절 게임을 즐기던 직장인들의 마음을 흔드는 반가운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 대학가에 게임 열풍을 몰고 온 스타크래프트는 19년 만에 게임 그래픽을 대폭 강화한 리마스터 버전으로 돌아왔다. PC 온라인게임의 대명사인 리니지는 모바일 버전으로 변신했다. 직장 생활에 바쁜 나날을 보내던 아저씨들, 일명 아재들이 다시 추억의 게임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이유다.
◆19년 만의 귀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1990년대 후반 PC방 열풍을 일으켰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리마스터’라는 이름으로 지난 15일 출시됐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최대 4K 초고화질(UHD) 해상도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원작보다 화질을 27배 높였다. 한국어 더빙·자막도 마련했다.
리마스터는 영화, 게임 등에서 과거 등장했던 콘텐츠를 재구성한 버전을 말한다. 글로벌 게임업체들은 오래전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인기 작품의 후속작을 내놓고 있다. 작품의 스토리와 배경, 캐릭터까지 전면 바꾸는 ‘리부트’, 일부를 바꾸는 ‘리메이크’와는 달리 원작을 거의 수정하지 않고 그래픽과 사운드를 향상시키는 데 주력한 작품을 흔히 리마스터라 부른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출시 전 예상했던 것처럼 3050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7월30일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출시 기념행사인 ‘GG투게더’에는 약 1만 명의 관객이 몰렸다. 원작 ‘스타크래프트’를 주름잡았던 임요환, 홍진호, 국기봉, 기욤 패트리 등 추억 속에나 머물던 전 프로게이머들도 이날 행사에 등장했다.
스타크래프트를 다루는 방송과 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구글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전·현직 프로게이머들의 게임플레이와 과거 e스포츠 명경기, 게임 스토리 분석 등 스타크래프트 관련 영상이 크게 늘었다. 옥션과 재능공유 플랫폼 탈잉은 전직 프로게이머들에게 리마스터를 배우는 오프라인 강의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활약했던 강민, 도재욱, 박정석, 박태민 등이 강사로 나섰다.
각종 온라인게임 랭킹에선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3~4위까지 약진했다. PC방 순위에서는 6위로 조금 뒤처지지만 PC방 업주들과의 과금 분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 매일 모바일 리니지 즐기는 사람 70만 명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최고의 히트작 리니지는 두 가지 버전으로 돌아왔다. 넷마블이 지난해 12월 ‘리니지2 레볼루션’을 내놓은 데 이어 엔씨소프트는 6월21일 ‘리니지M’을 선보였다.
PC로 리니지를 즐겼던 3050세대 이른바 ‘린저씨’(리니지와 아저씨의 합성어)들도 대거 모바일로 몰려들었다. 앱(응용프로그램)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이달 초 전국 2만2500명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표본조사를 토대로 매일 스마트폰으로 리니지 시리즈 중 하나 이상의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70만 명 수준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대부분은 3040세대였다. 리니지M은 3040 비중이 76%, 리니지2 레볼루션은 70%를 차지했다.
구매력을 갖춘 아저씨들이 게임 시장에 돌아오면서 업계 판도까지 바뀌고 있다. 넷마블이 지난해 12월 선보인 ‘리니지2 레볼루션’은 출시 첫 달에만 20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출시 두 달 만에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만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넷마블은 지난 6월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마카오,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11개국에 레볼루션을 출시했다. 중국, 일본 등 빅마켓을 제외한 국가에서 게임이 출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레볼루션의 선전 덕분에 넷마블은 올 2분기 매출 5401억원을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477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게임업계 1위 넥슨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리니지의 본가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리니지M도 게임업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게임 출시 초기인 7월 초에는 하루 매출 13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금까지 출시된 국내 모바일 게임 가운데 최고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출시 첫날 매출 79억원을 올린 리니지2 레볼루션이 보유하고 있었다. 8월 들어서도 하루 매출 50억~60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는 리니지M의 연간 매출을 최고 6000억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윤재수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금까지 내놓은 콘텐츠는 전체의 10분의 1 수준도 안 되기 때문에 매출 증가 가능성은 우리도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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