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영 기자 ]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은 최근 계속해서 보험료가 올랐다. 실손보험료는 2015년 평균 3.0% 올랐지만 지난해에는 18.4%, 올해는 12.4% 상승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험사가 실손보험을 취급해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으로부터 받는 보험료보다 내준 보험금이 많다 보니 손실을 입는 것이다. 보험 용어로는 ‘손해율’이 높다고 하는데, 그만큼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가 많다는 의미다.
보험금을 노린 병원들의 과잉 청구와 일부 ‘나이롱 환자’들의 의료쇼핑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3300만 명에 달하는 선의의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일부 도덕적 해이에 빠진 의료기관과 환자들 때문에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
보험사들이 사고 위험률이 높은 가입자를 안 받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금 청구 가능성이 높은 이들의 가입을 받았을 때 결과는 두 가지다. 우선은 보험사 수익성이 안 좋아지고, 두 번째는 그 여파가 다른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공익적인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보험이라면 정부가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건강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농민들은 농작물재해보험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다. 이 보험은 태풍, 호우, 우박, 냉해, 가뭄 등의 자연재해와 조수해(鳥獸害), 화재 등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는 정책보험 상품이다. 농작물재해보험 보험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 지원하고 농가는 전체 보험료의 20%만 부담하면 된다.
금융당국은 질환을 앓고 있거나 병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실손보험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소방관과 경찰관들처럼 상해 사고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의 보험 가입 방법도 고민 중이다. ‘금융 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는 데 반박하는 이들은 없다. 다만 이 같은 보험상품 출시를 압박받는 보험사들은 ‘왜 이걸 민간 보험사들이 주도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다. 많은 보험사 임원들이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필요한 보험이라면서 정작 이들을 지원해야 할 정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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