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황금' 대마 시장서 조용히 슈퍼파워로 부상한 中

입력 2017-08-29 08:05   수정 2017-08-29 08:05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대마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라는 환각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대부분 나라에서 경작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농민 사이에서 대마는 ‘녹색 황금’으로 불린다. 버릴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줄기는 섬유회사에 팔아 고품질의 직물로, 잎은 제약회사에 보내 약으로, 씨앗은 식품회사에 공급해 스낵과 식용류, 음료로 만들어진다.

수익성도 좋다. 대마를 기르면 ha당 1만위안(약 17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익이 몇천위안에 불과한 옥수수보다 수지가 맞는 농사다. 병충해에도 강해 값비싼 살충제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고수익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중국이 대마 재배 및 연구 분야에서 조용히 세계 ‘초강대국’으로 떠올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은 세계 상업용 대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대마와 관련된 특허도 600개가량 등록했다. 이는 전체 대마 관련 특허 건수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중국 농민은 정부 허가만 받으면 대마를 합법적으로 기를 수 있다. 남서부 윈난성은 2003년부터, 동북부 헤이룽장성은 지난해부터 대마 재배를 합법화했다. 두 지역을 제외한 농가는 THC 함유량이 0.3% 이하인 품종을 재배할 수 있다. 대마는 THC가 6~20%인 종은 마약인 마리화나(대마초)로, 2% 이하인 품종은 헴프로 분류된다.

중국은 합법화 이전에도 농민들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대마 재배를 묵인해 왔다. 군사적인 쓰임새가 많아서다. 1949년 집권한 공산당은 대마 재배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베트남과 전쟁을 하면서 대마 용도에 주목했다. 줄기가 베트남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군복을 만드는 데 안성맞춤이었고, 환각 성분이 들어 있어 전장에서 진통제나 마취제를 대신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후 대마 종자를 개량해 혹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했다. 그 결과 중국에선 네이멍구 고비사막부터 한대지역인 헤이룽장성, 아열대기후인 윈난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대마가 경작되고 있다.

대마가 뇌전증, 알츠하이머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의료용으로 대마를 용인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SCMP는 “앞으로 각국 제약회사가 대마와 관련된 약을 생산하기 위해선 중국 정부나 기업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끝) /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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