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에 매년 10조씩 쏟겠다더니… 내년 사업비 최대 5조 그쳐

입력 2017-08-29 18:31  

국토부 내년 예산 편성안 살펴보니

국비 투입은 당초 31%에 불과
현장선 재원조달 의문 많았는데 17만 가구 임대주택 예산과 중복

"예산 투입이나 기금 융자 없이 지역 자립형 구조 만들어야"



[ 이해성 기자 ] 정부가 매년 10조원씩 5년간 총 50조원을 쏟아붓는다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 규모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비가 정부의 또 다른 주요 사업인 ‘임기 내 85만 가구(세입자 기준) 공적 임대주택 공급’ 예산과 대부분 중복돼서다. 대선 공약 차원에서 도시재생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년 정부예산 ‘반 토막’

국토교통부가 29일 발표한 내년 지출 기준 예산 편성안(주택도시기금 포함)에 따르면 넓은 의미의 도시재생 사업비는 총 2조2351억원이다. 일반·특별회계 가운데 지역 및 도시, 산업단지 개발 예산 1조3817억원과 주택도시기금 도시계정 8534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이는 매년 7조원(정부 예산 2조원·기금 5조원)의 국비를 투입하겠다는 당초 계획의 31%에 지나지 않는다. 기금 투입 규모는 당초 계획(5조원)의 17%에 불과하다. 다른 부처 정부 예산을 합쳐 예정대로 2조원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2조8534억원(2조+8534억)으로 7조원의 40%에 그친다.

정부는 임기 내 국비 7조원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관련 공기업 예산 3조원 등 매년 10조원씩 5년간 50조원을 들여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 공기업 예산 3조원이 모두 충당된다 해도 전체 도시재생 사업비는 내년분 국비(2조8534억원)를 합쳐 총 5조8534억원으로 매년 도시재생 사업 목표치인 10조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도시재생과 임대주택 간 예산 겹쳐

내년 도시재생 사업비가 정부 목표치와 차이가 큰 것은 임대주택 공급 예산과 중복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도시재생과 별개로 매년 17만 가구, 5년간 85만 가구의 공적 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예산 중복의 대표적 사례는 국토부가 지난달 말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전국 도심 청년층 공공임대주택 5만 가구 공급’이다. 이 5만 가구는 ‘85만 가구 공적 임대주택’에 포함되는 물량으로 △노후공공청사를 복합단지로 바꿔 공급하는 임대주택 2만 가구 △노후주택 리모델링 임대 1만 가구 △신혼부부·청년을 위한 매입임대 2만 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 중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을 통한 2만 가구 사업은 대표적인 도시재생 모델 중 하나다.

본지 분석 결과 주택도시기금이 이 사업에 공급할 임대주택 2만 가구(주택 기준) 건설비용은 약 2조459억원으로 추정된다. 기존의 청년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의 가구당 평균 규모 46.86㎡를 가정해서다.

임대주택 2만 가구 건설비(2조459억원) 가운데 30%(6137억원)는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한다. 나머지 40%(8183억원)는 기금이 추후 이자를 붙여 회수하는 융자금이다. 30%는 입주자 보증금, LH 예산 등으로 충당한다. 결국 임대주택 건설비 중 기금이 담당하는 1조4320억원(6137억+8183억원)은 ‘50조 도시재생’ 뉴딜 재원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되는 셈이다.

한 도시재생 전문가는 “주택도시기금 구조상 임대주택 예산이 도시재생으로 잡힐 가능성이 애초부터 컸다”고 지적했다. 재개발 해제지 등 저층 주거지, 역세권 등에 도시재생 명목으로 공급하는 임대주택 재원도 모두 이같이 중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기금 구조상 중복 불가피

내년 주택도시기금 지출 구조를 봐도 임대주택과 도시재생 간 중복 여부가 여실히 드러난다. 기금은 주로 임대주택 출·융자와 주택 구매 또는 전세자금 융자가 대부분인 주택계정, 도시재생에 집중하는 도시계정으로 나뉜다. 주택계정은 22조9311억원, 도시계정은 8534억원으로 잡혔다.

주택계정의 53%에 달하는 12조2126억원이 임대주택 출·융자에 배정돼 있다. 매년 공적임대 17만 가구(공공임대 13만 가구, 공공지원임대 4만 가구) 건립에 소요되는 돈이다.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도시재생)과 같이 재원이 겹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 주택계정은 올해(21조577억원)보다 8.9%(1조8734억원) 늘었다. 임대주택 융자(8조8726억원)가 올해(5조2012억원)보다 71% 증가한 게 결정적이었다. 도시재생과 임대주택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증거다.

기금 도시계정 예산(8534억원)은 올해(650억원)의 13배가량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 역시 주택계정 예산을 끌어왔다. 복합개발 시 사업 출·융자 자금으로 3448억원,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지원에 4500억원을 배정했다.

국토부는 또 내년 기금 도시계정 가운데 ‘수요자 중심형 도시재생’ 명목으로 470억원을 편성했다. 동네 맞춤형 공유일자리 창출, 주민 교육 등에 쓰이는 자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민주도형 도시재생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공유일자리 등 사회적 경제조직의 운영비는 예산 투입이나 기금 융자 없이 자체 임대 사업 등으로 충당하는 등 지역 자립형 구조를 마련해야 도시재생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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