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20% 줄이고 복지예산은 사상 최대로
전국 시내버스까지 와이파이, 지나친 '퍼주기'
정부는 어제 열린 국무회의에서 429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확정 의결했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 짠 예산안으로, 다음달 1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사람 중심 지속성장 경제’를 구현하는 데 재정이 적극적·선제적으로 뒷받침하도록 하기 위해 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7.1%(28조4000억원) 늘렸다고 설명했다. 재정의 역할을 확대해 ‘소득 주도 성장’을 이루고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새 정부 국정철학을 확인한 예산안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확장 일변도의 재정 정책이 불러올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재정건전성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고, 복지 예산이 크게 늘면서 앞으로 재정의 운신 폭이 크게 좁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번 정해지면 줄이기 어려운 게 복지나 일자리 예산이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의무지출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게 된 것은 그냥 지나칠 대목이 아니다. 예산의 경직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됐다. 공무원 증원 등 일자리 예산을 포함한 내년 복지예산을 올해보다 12.9% 늘린 영향이 크다. 내년 복지예산의 덩치는 146조2000억원으로 커졌고, 전체 예산 대비 비중도 34%를 넘어선다.
선심성 항목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반면, 경기 영향이 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20% 넘게 깎은 것도 문제라는 비판이 많다. 전국 2만4000대 시내버스와 주요 관광지에까지 공공 와이파이망을 구축하겠다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예산을 11.7% 증액하겠다고 해놓고선, 4차 산업혁명 인재양성이 아니라 어린이집 누리과정 국고보조 등에 주로 쓰는 데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이 10.7%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예산안을 짰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 경상성장률이 4.5%(실질성장률 3%)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자·대기업 증세에도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세수입에서부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21년까지의 중기 재정계획에서도 국세수입이 연평균 6.8%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토대로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초반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처럼 확장 재정을 지속할 경우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년 예산안은 곧 국회로 넘어간다. 10년 뒤의 나라 미래를 생각하는 꼼꼼한 심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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