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사상 최대
아동수당 신설에 1.1조, 공무원 일자리엔 2조 배정
국방분야 43조…9년내 최대
북핵대응 '3축 체제' 조기 구축
병사 월급 인상에 1.3조 쓰여
성장동력 확충엔 소홀
SOC 20% '싹둑' 17.4조
R&D 투자 고작 0.9% 늘려
[ 김일규 기자 ] 429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2018년 예산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지 확대 등 공약을 이행하는 데 주력했다. 아동수당 지급, 기초연금 인상, 기초생활보장 확대, 누리과정 전액 국고지원 등 국정과제 예산(18조7000억원)을 모조리 반영했다. 최저임금 인상 직접 지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당초 계획에 없던 과제 수행에 필요한 예산(7조5000억원)까지 더 얹었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산업, 연구개발(R&D) 등 미래를 위한 투자는 대폭 줄이거나 늘리지 않았다. 고정적 복지지출 급증으로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미래 투자’를 줄인 것이다.
복지지출 증가율 12.9% 사상 최대
내년 예산이 올해 대비 가장 크게 늘어나는 분야는 보건·복지·노동이다. 올해보다 12.9%(16조7000억원) 늘어난 146조2000억원(총지출 대비 34.1%)이 배정됐다. 증가율과 증가 폭 모두 사상 최대로, 총지출의 3분의 1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고령화에 따라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예산에 문 대통령 공약 이행 예산이 대거 더해진 결과다.
복지 분야는 아동수당 신설(1조1000억원), 기초연금 인상(+1조7000억원), 기초생활보장 확대(+70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일자리 분야도 공무원 1만5000명 증원 등을 위해 12.4%(2조1000억원) 늘렸다. 최저임금 인상 직접 지원에 3조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4000억원도 추가 배정했다.
교육 분야 예산이 복지에 이어 두 번째로 크게 늘어난다. 올해보다 11.7%(6조7000억원) 증가한 64조1000억원이 책정됐다. 국세 증가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15.4%(6조6000억원) 느는 데다 누리과정까지 전액(2조1000억원)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방 예산도 큰 몫을 차지한다. 장병 봉급 인상과 킬체인 등 3축 체계 조기 구축 등을 위해 올해보다 6.9%(2조8000억원) 늘린 43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증액분의 절반 가까이(1조3000억원)는 장병 봉급 인상 등 복지 분야에 쓰인다. 국방비 증가율은 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예산 편중 갈수록 심화
기존에도 절대 규모가 작았던 미래 투자형 예산은 더 줄었다. SOC 예산은 올해 22조1000억원에서 내년 17조7000억원으로 1년 만에 20%(4조4000억원)를 깎았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국정과제 이행에 9000억원을 편성했지만, 기존 사업예산을 1조원 감액해 전체 예산은 1000억원(0.7%) 줄어든 15조9000억원이 편성됐다. 4차 산업혁명 등에 대응하기 위한 R&D 예산만 올해 19조4600억원에서 내년 19조6300억원으로 0.9%(1700억원) 늘렸을 뿐이다.
예산 편중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정부의 중기(2017~2021년) 재정계획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내년 34.1%에서 2021년 37.6%로 상승하는 반면 SOC 예산 비중은 같은 기간 4.1%에서 3.2%로, R&D는 4.6%에서 4.0%로 각각 감소한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는 3.7%에서 3.0%로 줄어든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복지 예산은 한번 늘리면 좀처럼 줄이기 힘들다”며 “성장 동력을 키우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경우 나중에는 복지에 쓸 돈조차 마련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5.8%
정부가 목표로 세운 2017~2021년 재정지출 연평균 증가율. 4% 후반의 경상성장률 추정치보다 1%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재정지출 규모는 올해 400조5000억원에서 2021년 500조9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예산 400조원 시대’가 열린 지 4년 만에 ‘500조원 시대’가 시작되는 셈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카카오톡 채팅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2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