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원해도 초과근무 안돼… 근로시간 줄면 월급도 39만원↓"

입력 2017-08-29 19:57   수정 2017-08-30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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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논란

■ '주 52시간 근로' 법제화 5대 쟁점은



[ 강현우 기자 ] 기업들에 연간 12조원에 달하는 추가 인건비 부담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근로시간 단축이 산업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주 최대 52시간 근로’ 법제화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어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에 반감을 보이는 근로자도 많다. 근로시간 단축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은 “지금도 사람 구하기 어려운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까지 줄면 구인난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적용 유예, 연장·휴일근무 수당 중복 문제 해결, 특별 연장근로(8시간) 인정 등 논의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주요 쟁점을 정리했다.


(1) 기업 부담 얼마나 커지나
연 12조원 인건비 추가 부담

현행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 기준은 1주일이다. 정규 근로는 하루 8시간씩 1주일에 40시간이고, 1주일에 12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의 1주일이 5일(월~금)이라는 해석을 유지해왔다. 토·일요일(휴일)을 별도로 보기 때문에 현재 최장 근로시간은 정규 근로(40시간)와 연장근로(12시간)에 별도의 휴일근로 16시간(8시간+8시간)을 더한 68시간이다.

여야는 1주일은 5일이 아니고 7일이라고 법에 규정해 별도의 휴일근로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근로시간을 줄일 방침이다. 별도 16시간의 휴일근로가 사라지면 최장 근로시간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기업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점이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고용을 늘려야 생산량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추가 고용 등으로 매년 12조3000억원의 노동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300명 미만 중소기업이 전체 비용의 70%인 8조6000억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2) 법정 근로시간 넘기면
노사 합의해도 사업주 형사처벌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행 규정이다. 노사가 더 일하겠다고 합의해도 법정 근로시간을 넘기면 사업주가 처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받는다.

법정 근로시간을 어기면 형사 처벌하겠다는 국가는 한국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은 위반 시 과태료만 부과한다. 일본은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안 주는 경우만 처벌한다. 프랑스와 미국, 영국은 처벌 규정이 없다. 연장근로에 대한 추가 수당 기준만 있을 뿐이다.

또 대부분 국가는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모든 업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26개 업종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여야는 이 중 운송업, 방송업, 전기통신업 등 10개 업종만 남기는 방향으로 특례를 축소한다는 데 합의한 상태다.

(3) 휴일근로 중복할증
여당 "중복 인정해야"…대법 계류 중

근로기준법은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할증률을 통상임금의 5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장근로 시 정규 근로 임금의 1.5배를 주라는 얘기다. 고용부는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를 별도로 보는 행정 해석에 맞춰 휴일근로에도 50%를 더 주면 된다고 해왔다.

그런데 2010년께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중심으로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이기 때문에 휴일 50%, 연장 50%의 할증률을 더해 총 100%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라’는 ‘휴일근로 중복 할증 소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14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며 이 중 11건은 하급심에서 중복 할증을 인정했다. 여당도 중복할증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법원이 노동계 손을 들어주면 일시적으로 7조5909억원의 임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이후에도 매년 1조8977억원의 인건비가 추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4) 기업 규모별 순차 적용은
중소기업 "최소 10년 늦춰줘야"

기업들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달라고 요청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업 규모에 따라 5단계로 유예기간을 주되 종업원 5~49명인 소규모 사업장에는 최소 10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1주일에 52시간보다 많이 일하는 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다.

토요일 근로를 없애 주당 정규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는 것도 2003년 시작해 2009년에야 마무리됐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00명 이상 기업은 내년, 50~299명은 2019년, 50명 미만은 2020년부터 등 최대 2년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한시적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2015년 9월 노·사·정 대타협 당시엔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4년간 1주일에 8시간의 연장근로를 추가로 허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에 대한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적어도 5년 이상은 주당 60시간으로 운영하면서 기업과 근로자의 적응 여부를 검토한 뒤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5) 수당 얼마나 줄어드나
제조업 근로자 월급 13% 감소

국내 제조업체는 대부분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은 임금 체계를 갖고 있다. 해고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노동법제 아래에서 임금 유연성이라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근로자도 통상임금의 1.5배를 주는 연장근로 수당을 선호한다.

근로시간이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 그만큼 수당이 줄어든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1주일에 52시간보다 더 많이 일하는 근로자(제조업)는 40만9000여 명이다. 이들은 1주일에 평균 21.4시간 야근·특근을 하며 초과근로 수당으로만 88만4000원을 벌고 있다.

연장근로가 12시간으로 제한되면 이들의 야근·특근은 9.4시간 감소한다. 이에 따른 수당 감소는 38만8000원으로 분석됐다. 평균 월급이 296만3000원에서 257만5000원으로 13.1% 감소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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