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신의칙 인정여부
기아차 승소 확률 낮지만 과거분 면제에 주목
기아자동차가 30일 통상임금 1심 판결을 하루 앞두고 재판부가'신의성실원칙'을 인정해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산업계는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3조원(회계감정평가액) 비용 외에도 추가적인 인건비 상승으로 한국차의 글로벌 경쟁력에 치명타를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30년간 지속된 대립적 노사관계와 최고의 인건비 부담에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 잇따른 신의칙 인정, 실낱 희망
이번 판결의 쟁점은 '신의칙' 인정 여부에 달렸다. 신의칙이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민법상 원칙이다. 소송을 낸 노조 측은 근로기준법상 못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기아차는 과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노사 간 암묵적인 합의를 존중해야 하고, 노사합의를 깬 통상임금 요구는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맞서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이 산업계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야근·특근을 포함한 초과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 퇴직금 등이 산정되기 때문.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되면 기업 입장에선 과거 미지급 임금 소급분에 미래분까지 고정비 지출 비용이 과도하게 높아진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노조는 이번 소송을 통해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주고, 새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과거 3년간 받지 못한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계산해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는 그동안 통상임금 판결에서 신의칙 인정이 많았던 점에 주시하고 있다. 아시아나한공,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등에 이어 최근 금호타이어가 재판부의 신의칙 인정으로 1심을 뒤집고 2심에서 승소했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선 법원이 기아차도 신의칙을 적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기아차의 경우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본 금호타이어와는 입장이 달라 노조 측이 유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정기상여금의 경우 통상임금 판단기준인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충족하는 만큼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신의칙 인정시 과거분 면제
기아차는 2015년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한 현대차와 달리 상여금 시행세칙에 '2개월간 15일 미만 근무한 자에게 상여금 지급을 제외한다'는 문구가 없어 이번 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했다.
재판부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 노조가 요구한 과거분과 미래분까지 부담을 져야 한다. 기아차는 당장 9월에 7000억원의 충당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올 상반기 기아차 영업이익 7870억원과 비슷한 금액이다. 3분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노조 측이 소송에서 제기한 과거분과 임금에 연동되는 퇴직금까지 더하면 추후 지급 비용은 3조원에 달한다고 기아차는 추산하고 있다. 반면 기아차가 소송에서 이기면 그 어떤 비용 부담도 지지 않는다.
만일 기아차가 패하더라도 신의칙이 적용되면 과거분은 소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기아차는 과거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해 임금 수준 등을 결정했다. 약정한 바 없던 금액을 달라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다만 신의칙을 제시한 2013년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개별기업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는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신의칙이 인정되기도, 부정되기도 했던 것이 예측 불허 상황을 만들고 있다.
기아차 노조가 승소해도 통상임금 선고에 따른 기업 간 형평성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자동차 산업 특성상 잔업이 많은데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되면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50% 더 줘야한다"며 "노동시장 분란이 일어난다"고 우려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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