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 살인이라면서 '우발적 상황' 주장
8살 여자 초등생을 유괴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17세 김양이 심신미약이 아닌 계획범죄였다고 인정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9일 인천지법 형사 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범 박양(19)양의 결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양은 "제가 계획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서 형을 더 받게 되더라도 진실을 말하겠다"고 말했다.
진술은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는 "친구인 박양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옳지않은 방법으로 빠져나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증인이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 범행을 계획했다고 하는데 증인의 심신 미약 주장이 약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김양은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양은 범행 당일 새벽 박양과 대화를 나눈 뒤 인터넷에 '완전 범죄', '밀실 살인', '도축' 등을 검색한 기록도 범행 계획과 연관된 것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양은 "박양이 범죄사실을 들키지 말라고 해서 이같은 키워드를 검색했다"고 말했다.
범행대상을 물색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박양이 초등학생으로 답변을 유도했다고 전했다.
김양은 "제가 키가 작고 어리기 때문에 저보다 약하고 키도 작고 어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찾자고 이야기했다"고 공모 사실을 인정했다.
범행 전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와 인근 학원 옥상 등을 사전답사한 김양은 "박양이 구체적으로 변장에 대한 지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변장한 후 사진을 반드시 찍어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김양은 증인으로 출석했을 당시 이처럼 일관되게 '계획범죄'를 인정하던 것과 달리 자신의 결심 공판에서는 다시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김양이 '계획범행'을 또다시 부인하자 재판부는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주장을 철회하는 것이냐"고 재차 확인했다.
김양의 변호인은 "살인 계획은 있었지만, 그 상황은 우발적인 상황"이라며 "범행 자체를 공모는 했지만,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양 또한 "실제 계획과는 다르게 이뤄졌다"며 "만약 피해자가 전화기만 쓰고 나갔다면 범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그래서 그때는 우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계획범행이었다는 앞선 증언을 뒤집었다.
이같은 김양의 말바꾸기는 변호인단이 대동하지 않은 증인 출석 때와 자신의 변호사 도움을 받는 공판에서의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FBI가 트위터 본사로부터 이들이 주고받은 DM을 확보한 것을 이미 지난주 금요일인 25일 확인한 것도 김양의 심경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자포자기 상태가 된 김양은 '진실을 밝히겠다'면서 '치밀한 계획범행이었다'고 털어놓았지만 김양의 변호인은 이를 제지했다.
이같은 상황에 당황한 김양이 공판 과정에서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누는 장면도 목격됐다.
검찰 측의 20년형과 전자발찌 부착 30년 구형이 끝난 후 서둘러 재판장을 빠져나가던 김양 변호인은 "무슨 얘기를 나눈 것이야"는 질문에 "김양이 자기가 어떻게 말해야 유리한지를 물었고 진실되게 말하라고만 답해줬다"고 말했다.
이날 김양 변호인 측은 "김양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던 김태경 교수의 진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날 검찰 측은 김양의 변호인에게 김양과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검찰 측은 "피의자 접견도 직접 안하시죠? 두 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김양 변호인은 "그렇다 다른 변호사가 또 있다"고 답했다.
앞서 진행됐던 김양 공판에서도 변호인 측은 "변호인으로서 해줄 게 없다. 빨리 재판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김양과 박양에 대해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의 1심 선고공판은 9월 22일 오후 2시에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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