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실탄' 채운 운용사… IT주·ETF 샀다

입력 2017-08-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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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형 펀드에 3개월간 1조 순유입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많이 사
롯데케미칼 등 화학·정유주도 매수

중소형주 펀드에도 자금 유입
셀트리온·SK머티리얼즈 등 담아



[ 최만수 기자 ] 자산운용사가 조정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국내 주식형펀드에 3개월 연속 자금이 순유입되면서 ‘주머니’가 넉넉해지자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북한 리스크로 증시가 흔들릴 때마다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한 정보기술(IT)주를 대거 쓸어 담고 있다. 지수변동폭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집중 매수했다.


◆8월 5000억원 순매수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공모형)엔 3732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기준으로는 올 들어 지난 6월 처음 순유입으로 전환한 뒤 약 1조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계속됐던 펀드 자금 유출이 일단락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은 “상반기엔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사고 싶어도 밀려드는 환매 때문에 할 수 없이 팔았다”며 “자금 여유가 생기자 저가 매수 기회가 올 때마다 그동안 사고 싶었던 종목들을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6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자산운용사는 약 5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코스피지수가 장중 1% 넘게 빠졌던 지난 29일에도 70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외국인의 매도세 이외에 기업의 기초여건이나 경기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과거 경험에 미뤄봤을 때 북한 리스크로 인한 조정은 항상 매수기회였다”고 말했다.

펀드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자 자산운용사의 순매수도 강화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산운용사가 많이 사들인 종목 1, 2위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200과 TIGER200으로 각각 3746억원, 134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921억원) SK하이닉스(444억원) LG전자(369억원) 순으로 많이 사들였다.

IT 외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 등 화학·정유주를 주로 사들였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액티브운용팀장은 “최근 외국인이 IT주를 매도한 것은 이미 많은 수익을 거뒀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독보적인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IT주가 가장 먼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형주에도 관심

개별 펀드별 자금 유입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달 이후 삼성KODEX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 펀드에 5160억원이 유입돼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이 몰렸다. NH-아문디코리아2배레버리지(3372억원)와 신영자산운용이 새로 출시한 펀드인 신영마라톤중소형주(2143억원)가 뒤를 이었다.

ETF를 제외한 펀드 중 중소형주펀드에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되자 자산운용사들이 순매수한 중소형주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 자산운용사의 코스닥시장 순매수 1위는 셀트리온(224억원)이었다. 그 뒤는 SK머티리얼즈 파라다이스 CJ오쇼핑 서울반도체 주성엔지니어링 등이었다. 허 사장은 “신영마라톤중소형주 펀드엔 지난 3년 여간 주가가 부진했던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가치주를 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외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국내 증권사들이 중심이 된 금융투자도 외국인이 던진 매도 물량을 적극 받아내고 있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619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금융투자의 순매수 규모도 1조8407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의 순매수에는 ETF를 활용한 차익 거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통계에 왜곡이 있다. 하지만 증권사가 자기 자본을 활용한 주식 매수 규모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연기금과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IT주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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