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근 기자 ] “작성하자니 상장사 눈치가, 안 하자니 금융감독당국 눈치가 보이네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탐방 신청서’를 두고 한 푸념이다. 탐방 신청서는 애널리스트가 상장사 탐방 5일 전까지 탐방 대상 기업에 건네야 하는 문서다. 상장사는 애널리스트 방문 3일 전까지 탐방 가능 여부를 답해야 한다. 탐방이 성사되면 애널리스트와 회사 기업설명(IR) 담당자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확인서’를 써 애널리스트가 속한 증권사와 탐방 대상 회사가 1년간 각각 보관해야 한다.
이런 규정은 지난 5월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등이 ‘IR 조사분석 업무처리강령’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매도 리포트를 낸 애널리스트에 대해 상장사가 압력을 행사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였다.
도입한 이후 이 규정을 지키는 증권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다음달 1일 ‘괴리율 공시 의무제’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계 준법경영(컴플라이언스) 부서들이 준수를 독려하면서 난감해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늘어나고 있다.
애널리스트 사이엔 “도입 취지엔 공감하지만,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상장사가 ‘왜 당신이 속한 증권사만 확인서를 쓰냐’고 따지면 탐방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되려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와 회사 측의 대화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건 일종의 검열”이라며 “확인서를 써야 한다고 먼저 얘기를 꺼냈다가 ‘그렇다면 탐방을 받고 싶지 않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탐방에서 오간 대화가 전부 기록으로 남겨졌는지 증명할 길이 없지 않냐”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탐방 신청 및 확인서를 지킬 법적 의무는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말은 자율적이라고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이 나중에 어떤 잣대를 들이댈지 누가 아느냐”며 “따르기도, 안 따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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