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분할명령제 도입 추진…반시장 논란 커질 듯
기업분할명령 제도
미국·일본 등 도입했지만 집행 거의 안해 사문화
[ 임도원 기자 ] 정부가 독과점 대기업을 강제로 분리시키는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을 추진한다.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커 반(反)시장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제도여서 도입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을 비롯한 11개 과제를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TF는 공정거래 법집행시스템의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민관합동 TF다. 공정위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 공무원들과 교수 변호사 등 민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됐다.
TF는 회의에서 행정 민사 형사 등 3개 분야로 나눠 과제를 논의했다. 행정 분야에서는 기업분할명령 등 구조개선명령제도 도입과 피심인 방어권 보장 및 조사·사건처리 절차 개선, 과징금 부과수준 적정성 검토, 공정위-지방자치단체 간 협업 방안이 주요 과제로 꼽혔다.
이 가운데 기업분할명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시정조치나 과징금만으로는 시장지배적 기업의 독과점 행위를 막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경쟁 촉진을 위해 강제로 해당 기업을 분할시키는 제도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달 기업분할명령을 도입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업분할명령은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도 반시장적인 성격 때문에 거의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4년 AT&T가 분할판결을 받은 뒤에는 제도가 적용된 사례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00년 연방지방법원에서 분할판결을 받았다가 이듬해 항소 법원에서 분할명령이 기각됐다. 일본에서는 기업분할명령이 나온 사례가 아예 없다.
TF는 민사 분야에서 부권소송제 도입,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 도입 등 5개 과제를 논의했다. 부권소송은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피해자를 대리해 민사소송을 진행, 승소하면 배상금을 분배하는 제도다. 사인의 금지청구는 개인이나 기업이 거래 상대방의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입었을 때 법원에 중지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법적 절차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대안으로 한때 검토된 방안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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