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사무총장 만나는 문 대통령… '전교조·전공노 합법화' 선물하나

입력 2017-08-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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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친노동' 행보

라이더 총장, 9월 초 방한
노동계, 지난 6월 방한 요청…대통령으론 첫 공식면담 예정

국회 통과 쉽지 않을 듯
전교조·전공노 합법화 등 관련법 개정해야 가능
핵심협약 비준도 국회 거쳐야



[ 심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초 청와대에서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사진)과 만난다. 한국 대통령이 ILO 사무총장과 공식 면담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노동 가치 존중’을 표방하는 대통령과 국제기구 수장의 만남이 한국의 노동 분야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면담 전후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합법화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정부·노동계 러브콜에 방한

30일 노동계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다음달 4일 라이더 총장과 개별면담을 한다. ILO 사무총장의 방한은 2006년 후안 소마비아 당시 총장 이후 11년 만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 ILO 사무총장과 공식 면담을 한 사례는 없었다. 소마비아 전 총장은 부산에서 열린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잠깐 접견한 것이 전부였다.

이번 면담은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부터 조심스럽게 추진됐다.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106차 ILO총회’가 열렸을 때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정부 측이 라이더 총장에게 방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동계 고위 관계자는 “라이더 총장은 한국이 24년 연속 ILO 정이사국으로 선출된 점과 새 정부가 핵심협약을 비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자신이 노동계 출신이고,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사무총장도 지냈기 때문에 한국 노동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ILO는 노동계 사용자 정부 등 세 그룹이 참여하는 노동분야 최대 국제기구로 187개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다.


◆‘전교조 합법화’ 논란 촉발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이번 면담을 계기로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국정과제 발표 등을 통해 수차례 ILO 핵심협약 비준을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ILO 협약 비준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인 만큼 섣불리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ILO 핵심협약 8개 중에서 4개를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미비준 협약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98호) △강제노동(29호) △강제노동 폐지(105호)에 관한 협약이다.

ILO 핵심협약에 비준하려면 무엇보다 전교조와 전공노를 합법화해야 한다.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87·98호)엔 ‘누구나 노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원칙이 명시돼 있지만 국내 교원노동조합법은 ‘교원이 아닌 자’, 예컨대 해직·퇴직교사는 노조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선 관련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 전교조는 해직교사가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2013년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고, 전공노도 비슷한 이유로 승인이 거부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더라도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준 자체가 국회 동의 사항인 데다 비준을 받기 위해선 관련 법 개정을 해야 한다.

핵심협약 비준은 전교조 합법화, 공무원 파업권 등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 사이에 찬반이 극명하게 나뉜다. 강제노동 관련 핵심협약도 공익근무요원의 대체 근무 제도를 바꿔야 하는 등 걸림돌이 많다. 관련 병역법, 형법 등도 고쳐야 한다. 한 노동 전문 교수는 “미국 일본 등은 선진국인데도 8개 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고 노동시장의 특성에 따라 결정했다”며 “우리도 글로벌 위상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무조건 남은 4개를 비준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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