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바란다

입력 2017-08-30 18:37   수정 2017-08-3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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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노후생활 버팀목 퇴직연금
연금주권 강화해 수익률 높이려면
기금형 제도 법안 조속 통과돼야

김재현 < 상명대 교수·한국연금학회장 >



새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일자리 대통령’을 천명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국정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걸어 두고 있다. 상황판을 보면 고용률, 근로시간, 비정규직 임금격차 등 고용노동부와 관련 있는 지표가 많은데 이는 신임 고용부 장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런데 상황판에서 근원적인 지표 하나를 놓치고 있다. 바로 근로자의 퇴직연금 관련 지표다. 신임 장관은 일자리 창출 및 근로 여건 개선 등과 더불어 1400만 근로자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퇴직연금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퇴직연금은 우리나라 노후소득 보장체계에서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이어주는 허리와 같은 존재다. 2005년 도입 이후 상용근로자의 3분의 2가 가입했고 적립금은 150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성장 추세라면 퇴직연금 적립금이 1000조원을 달성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퇴직연금이 근로자 노후소득을 충실히 보장하는 제도가 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은퇴 후 연금액을 결정할 수익률과 10%대에 머무르고 있는 영세사업장의 가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서구에서 퇴직연금은 기업이 근로자로 하여금 노후 걱정 없이 일에 전념하게끔 하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발적 제도로 도입됐다. 따라서 기업은 근로복지뿐만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양질의 퇴직연금을 운용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퇴직연금 제도를 법으로 도입해서인지 몰라도 사용자는 최소 요건만 충족시키려는 수동적 태도를 보인다. 근로자 역시 법에서 주어진 권리 안에서 안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퇴직연금 제도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무관심과 무지 속에서 금융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물론 법은 금융회사로 하여금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작년에 기록한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1.58%에 불과해 국민연금의 연 4.7%와 크게 차이나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금융회사의 성실성과 신뢰에 강한 우려를 낳고 있다.

퇴직연금 제도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사용자와 근로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퇴직연금기금의 법적 근거를 제공할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퇴직연금기금은 사용자가 세운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독립수탁법인으로서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및 전문가가 포함된 기금 이사회에 의해 운영된다. 기금 도입으로 퇴직연금 문제들이 일거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나, 사용자와 근로자가 소통과 합의 아래 최종 수혜자인 근로자의 연금 최대화를 위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수익률 제고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이처럼 퇴직연금기금을 통해 사용자와 근로자의 연금 주권이 강화돼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된다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수행하고 있는 영세사업장 대상 퇴직연금 사업을 통해 취약한 영세사업장의 가입도 활성화될 것이다.

선진국에서 근로자는 퇴직연금을 통해 기업 이익과 경제성장의 과실을 공유해왔다. 자본시장 큰손인 퇴직연금기금이 기업에 투자한 대가로 이익을 배분받아 근로자에게 연금으로 돌려줌으로써 근로자의 노후생활 보장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커다란 버팀목이 됐다. 선진국에서는 퇴직연금 제도가 사용자와 근로자의 상생 시스템으로 발전해 왔다. 신임 장관이 퇴직연금에 관심을 갖고 일자리 상황판에 퇴직연금 관련 지표를 추가해주길 기대해 본다.

김재현 < 상명대 교수·한국연금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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