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0m 방수 '기어스포츠' 공개… 애플워치와 정면승부

입력 2017-08-31 02:13  

기어스포츠
수영 정보 기록 분석…체중관리 기능 기본 탑재
초단위 심박 측정 기능도

애플워치3
스마트폰과 연동 없이 통신 기능 독립적으로 이용



[ 좌동욱 기자 ] 30일 독일 베를린의 대형 공연장인 템포드롬홀. 어두웠던 무대 조명이 서서히 밝아지자 물을 가득 채운 높이 5m, 지름 1m 규모의 투명한 대형 원기둥이 여러 개 등장했다. 내부엔 시계들이 둥둥 떠 있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스마트워치인 기어스포츠가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된 순간이다. “바닷물에서 수영을 하더라도 방수가 된다”는 설명이 이어지자 전 세계 미디어 관계자 2000여 명이 동시에 “와~”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수영장에 차고 가는 기어스포츠

삼성전자가 다음달 1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제품박람회(IFA) 2017’에 맞춰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웨어러블(몸에 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 신제품’ 3종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스마트워치인 기어스포츠, 스마트밴드인 기어 핏2 프로, 무선 이어폰 ‘기어 아이콘X 2018’ 등이다.

기어스포츠는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언팩’ 행사를 연 ‘기어3’의 후속 모델이다. 일반적인 시계 기능에 집중한 전작과 달리 철저하게 스포츠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행사에서 강조된 건 방수 성능이다. 기어스포츠와 기어 핏2 프로는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5기압에 견딜 수 있는 방수 등급을 인정받았다. 최대 물속 50m 깊이까지 잠수해도 제품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방수 성능 자체는 지난해 9월 공개된 ‘애플워치2’를 벤치마킹했지만 편의성과 활용도가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수영용품 제조업체인 스피도와 협력해 수영 영법, 스트로크 횟수, 속도 등 운동 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분석할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을 내장했다. 화면에 물살이 닿더라도 오작동을 막아주는 ‘워터록 모드’도 갖췄다.

새로 설치된 ‘피트니스 프로그램’도 반응이 뜨거웠다. 헬스 프로그램은 개인별 시간과 운동량에 따라 사전에 정한 운동 프로그램을 TV와 같은 대형 화면으로 보면서 따라할 수 있다. 기어스포츠가 측정한 심박수를 TV로 보면서 운동할 수 있다. 이런 운동 프로그램이 헬스 외에도 50여 가지다. 이날 제품 소개를 담당한 케이트 버몬트 삼성전자 영국법인 상품전략 담당 디렉터는 “세계 1위인 애플워치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성·중장년 다이어트족 겨냥

시계를 직접 차보니 기어3보다 역동적이고 날렵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화면이 1.3인치(기어3)에서 1.2인치로 줄어들면서 크기와 무게가 줄었다. 디스플레이 디자인은 기어3와 비슷한 원형 메탈을 채택했다. 전체적으로 운동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이나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는 여성들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색상은 블랙과 블루 두 가지로 출시된다.

업계에서는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버금갈 정도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별개로 작동하는 소형 스마트 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부품이 고도화·소형화되고 있어서다. 애플은 다음달 중순 출시할 ‘애플워치3’에 스마트폰과 연동하지 않고도 통신 기능을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애플, 삼성과 같은 휴대폰업체뿐 아니라 대만의 위치확인시스템(GPS) 제조업체 가민이나 미국의 스마트밴드 전문업체인 핏빗 등 연관 업체들도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워치 생산량은 2013년 190만 대에서 2016년 2100만 대로 3년 새 11배 증가했다. 아직 스마트폰 연간 생산량(약 16억 대)의 2%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성장세는 어느 제품보다 가파르다. 이 시장의 절대 강자는 2015년 시장에 뛰어든 애플이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65.4%에서 지난 2분기 50.9%로 하락하는 추세다. 그 뒤를 삼성전자(12.7%), 가민(10.9%), 화웨이(5.5%) 등이 뒤쫓고 있다.

베를린=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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