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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감독의 전작과 신작이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배우 김명민은 영화 '브이아이피'를 박훈정 감독의 전작과 별개로 봐주길 바랐다. 시작점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김명민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세계2'를 만들려다 실패했다'는 기사가 많은데 '브이아이피'는 '신세계'와 의도, 기획 자체가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라고 강조했다.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는 대한민국 국정원과 미국 CIA의 기획으로 귀순한 북한 고위 간부의 아들이 연쇄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김명민, 장동건, 박희순, 이종석이 출연한다.
김명민은 "감독님이 '신세계'와 다른 작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누아르의 신세계를 열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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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처음부터 기획 의도는 '신세계'를 표방하지 않았고, 우리 역시 그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며 "많은 관객과 기자분들이 '신세계' 연장선상의 '브이아이피'를 기대했기 때문에 예상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또 그는 "전체적인 구성이 좋고 다른 영화들보다 참신하다"며 남자들의 끈끈한 브로맨스가 없다는 점을 이 이 영화의 특징으로 꼽았다.
배우로서 캐릭터 욕심이 컸다면 절대로 이 작품에 출연하지 못 했을 것이다. 철저하게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영화 특성상 각각의 캐릭터를 돋보이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배우들은 연기적으로 많은 것을 내려놓고 작품에 임했다.
김명민은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명분이 전혀 안 보였다. 사건 중심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드러날 수 없는 게 맞다"며 "아예 욕심을 버렸다. 캐릭터가 보이든 안 보이든 나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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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이 연기한 채이도는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절차와 법을 무시하고 폭력도 서슴지 않는 경찰이다. 사이즈가 큰 점퍼와 빗지 않은 듯한 머리에 까칠한 피부톤으로 범인 체포만 중요시하는 형사의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렸다.
그는 "채이도가 너무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어서 감독님도 모르게 츤데레 끼를 살짝 넣었다. 후배 경찰들에게 '너희들까지 물 먹일 순 없다. 나 혼자 책임지겠다'고 말할 때의 눈빛에서다"라며 "이런 게 약속되지 않은 부분에서 배우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라고 밝혔다.
김명민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겸손한 태도를 취하며 상대 배우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채이도는 복잡한 인물이 아니라서 편했는데, 아마 종석이가 힘들었을 거다. 나는 상대 배우가 하는 대로 따라가면 됐다. 그들이 연기한 톤을 기억하면 내가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김명민부터 이종석까지 모든 배우가 빈틈없는 열연을 펼쳐 호평받고 있는 '브이아이피'는 지난 23일 개봉 후 5일 만에 100만 고지를 넘었다. 손익분기점인 300만을 돌파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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