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북핵 리스크가 고조되고 막대한 가계부채 부담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 금통위는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한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 14개월째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몇 달 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달 말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서는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되면 통화 정책의 완화 기조를 재조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7월 금통위 회의록에서도 한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장기간 지속된 통화완화 기조로 인해 과도하게 부채가 급증하고 소비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달 초 북핵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다음달 9일 북한 건국기념일 전후 핵실험 여부까지 변동성에 유의해야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회복 상황도 지지부진하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개월 만에 후퇴했다. 시장에서는 경기회복세가 상반기(1∼6월)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점도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미 간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를 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건설부문 투자 둔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경기 회복을 확신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지연될 확률이 높아 연내 국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낮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꺾일 줄 모르는 가계부채 증가세도 금리 동결을 이끈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긴축 기조에 맞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부채 이자상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분기 말 기준 95.7%다. 2015년 말(91.0%)보다 4.7%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평균치인 72.4%를 크게 웃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대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가 많다"며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72%로 높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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