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부담 적지만 3분기 '적자전환' 불가피…현대차·모비스도 타격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미칠 파장에 대한 증권가의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송 결과에 따른 기아차의 비용 출혈이 1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실적 악화도 불가피하다고 봤다. 다만 불확실성 해소 등으로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적다는 판단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이후 6년만에 나온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서 노조가 일부 승소했다. 기존 급여체제에서 정기상여금, 중식대, 일비 등 항목을 기본급으로 인정해달라는 노조 측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법원은 추가 수당 요구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초래돼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노동자들에 3년치 수당 4223억원(청구액 3126억원 + 이자 1097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기아차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아차는 대표 소송으로 진행된 2011년 11월~2017년 8월 소급분까지 지급해야 하므로 3분기 약 9633억 규모의 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며 "직원 1인당 약 3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아차가 3분기 1조원 규모의 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기아차의 2분기 말 순현금 규모(9930억원)를 감안하면 재무적 영향을 미미할 것이라는 게 조 연구원의 판단이다. 또 항소 등이 진행될 것임을 감안할 때 당장 현금유출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충당금 규모가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결정한 지급 규모는 노조측이 청구한 금액의 47.4%(원금기준) 수준에 불과한데다, 주식시장에서 예측해 왔던 규모(1조원~1조8000억원) 중 최하단의 수준이라는 분석에서다.
다만 3분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 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정용진 연구원은 기아차의 통상임금 판결을 반영해 3분기 영업손실 498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2007년 3분기 이후 10년만의 분기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나아가 계열사인 현대차, 현대모비스도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를 들고 있는 현대차, 그리고 현대차를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도 순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며 "지분법이익 등을 고려해 판단하면 3분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순이익은 각각 2465억원, 369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기아차의 판결은 업계 전반의 노사관계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오는 10월 재개되는 현대차의 임금협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공장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악화 우려와 달리 주가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통상임금 소송이 오랜기간 지속되면서 주가에 선반영된데다 불확실성 해소, 밸류에이션 저평가 차원에서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평가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통상임금 소송이 6년간 지속되면서 비용이 주가에 반영되는 시간은 충분했다"며 "인식할 비용의 규모가 예상 범위와 어긋나지 않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며 "미리 악재를 인식해온 가운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가에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고 연구원은 "이제는 신차투입, 중국 사드 영향권 탈피, 미국에서의 영업개선 등으로 시선을 이동시킬 때"라며 "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반등할 잠재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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