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사 투명성·객관성 높여 제2, 제3의 김훈 사건 막아야"
[ 이미아 기자 ] “자그마치 19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군에선 아들의 순직 인정만을 알렸을 뿐,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국민의 군대’라면 이제라도 용서를 빌어야 하는 게 도리 아닙니까.”
군 역사상 최악의 의문사 사건으로 기록됐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김훈 중위 사건’ 당사자인 고(故) 김훈 중위(당시 25세·육사 52기)의 부친 김척 예비역 중장(75·육사 21기·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중위는 이날 사후 19년 만에 순직 인정을 받았다. ‘김훈 중위 사건’은 자살과 타살 여부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진상규명 불능’의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별 셋 장군’으로 명예롭게 군 생활을 마쳤던 김씨는 “아버지를 따라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겠다”던 아들의 의문사 이후 삶이 180도 바뀌었다. 평생 몸담았던 군과 19년 동안 진실 공방을 벌여야 했다.
김씨는 “아들이 저세상으로 떠난 뒤 19년 동안 우리 집안은 파탄났다”며 “명색이 3성 장군 출신인데도 내가 아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국방부에선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들을 정신질환 자살자로 몰았다. 대법원,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모두 아들이 자살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국방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며 “시대가 변해서인지 19년 만에야 아들이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도 국방부에선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고,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 이런 의문사 사례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군 사건 수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며 “의문사도 세상에 알리고 공론화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도 군 내부에선 수많은 의문사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제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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