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차 핵실험 도박…군사 옵션 가능성 고조
북한 완전고립 위한 유엔 결의안 추진 강조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 강경 모드로 급선회 전망
청와대"수소탄 완성 안돼…레드라인까지는 남아"
[ 손성태/정인설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일 뿐만 아니라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매우 심각한 도전”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더욱 가중시키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전략적 실수를 자행했다”며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에 대한 ‘응징’ ‘국제적 고립’이란 용어를 언급하면서 전에 없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압박·제재와 함께 대화병행 기조를 고수해온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강경모드로 급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文, 대북 강경모드로 전환하나
문 대통령은 이날 NSC 회의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분야의 기술을 더 이상 고도화해 나가고 있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 수준의 응징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미사일 계획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가역적 방법으로 포기하도록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키기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추진 등 외교적 방법을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을 무력화할 우리 군의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한·미 동맹 차원에서 미국의 강력한 전략자산 전개 방안도 협의하라”고 덧붙였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려던 문 대통령의 대북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북정책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북한이 계속 도발한다고 할 때 아무래도 대화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도발 강도에 따라 최대한 우리의 압박과 제재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6차 핵실험이 문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냐’는 질문엔 “레드라인이라는 것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한의 발표 내용을 봐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주장에 논란의 소지가 많고 확인된 바 없다”며 “북한 스스로도 완성단계의 진입을 위해 이번 핵실험을 했다고 표현한 것으로 봤을 때 아직 완성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정세 ‘시계 제로’
북한이 지난 7월 두 차례 ICBM급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뒤 1개월여 만에 ‘ICBM용 수소탄 시험’을 명목으로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미국을 향해 ‘속전속결식’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도발은 한국과 미국이 사실상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핵탄두 탑재 ICBM의 실전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응은 물론 우리 정부의 구체적 대응이 주목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7월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도발 중단’으로까지 낮추면서 대화를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보였고, 중국은 지난달 29일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후 고강도 안보리 제재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미·중이 보여준 태도는 김정은에게 앞으로 핵과 미사일의 기술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실험을 강행해도 별문제가 없겠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미·일은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을 포함한 고강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통해 최후의 저지선 구축을 시도할 전망이다. 7월 ICBM급 미사일 연쇄 발사를 계기로 안보리 제재가 북한의 석탄과 주요 광물 수출 차단까지 진행된 가운데 추가 핵실험에 대해 새롭게 채택될 안보리 결의의 관건은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공급) 차단이 포함되는지 여부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긴장 격화를 이유로 대북 원유 및 석유 수출 차단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러시아 기업에 대해 불법 유무를 가리지 않고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빼들 가능성이 있다.
손성태/정인설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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