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전망대] 한·미 FTA 폐기 압박… 시험대 오른 문재인 정부 협상력

입력 2017-09-03 20:27   수정 2017-09-04 08:40

이상열 경제부 차장 mustafa@hankyung.com


[ 이상열 기자 ]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했던가. 주말을 지나며 나라 안팎으로 대형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대외적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다음주부터 논의하겠다”며 한국을 압박한 가운데 북한은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안보와 통상을 둘러싸고 한국이 미국과 북한,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형국이다. 두 가지 이슈는 이번주 내내 정국을 가를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한·미 FTA 폐기에 나서면 한국엔 메가톤급 악재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당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의 통상 마찰까지 확대될 경우 경영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험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심각한 균열과 안보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 그만큼 정부가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치밀한 협상 전략을 세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대내적으론 정국이 갑자기 얼어붙었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지난 주말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에 반발해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7일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시작으로 여야가 9년 만에 공수를 바꿔 열리는 문재인 정부의 첫 정기국회는 시작부터 파행될 가능성이 높다.

당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 개혁, 탈원전, 대기업·고소득자 증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부동산 안정 정책, 통신비 인하 등 국정과제 입법화와 복지를 대폭 확대한 2018년 예산안 처리를 시도할 방침이다. 국정과제 관련 법안 및 예산안이 원만하게 처리되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으로선 정기국회 100일간의 ‘입법·예산전쟁’을 주도할 수 있을지 첫 시험대에 올랐다.

6~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순방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의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다만 러시아가 대북 압박보다는 대화를 강조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양국 정상이 회담 후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7일엔 제3차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 나서 ‘신(新)북방정책 비전’도 밝힐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기간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번주 내놓을 경기 진단도 주목을 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KDI 경제동향 9월호’를, 정부는 8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를 발간한다. 8월호에서 KDI는 작년 4분기부터 지속된 경기 개선 추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8월 전체 수출이 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호황 덕분에 17% 급증했고 7월 산업활동 동향도 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해 정기 회복세는 지속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경기에 더욱강한 자신감을 나타낼지 관심이다.

이상열 경제부 차장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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