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통상임금 기준 법제화 서둘러 달라"
[ 장창민/이태훈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에 동반 진출한 자동차 부품회사 130여 곳(1차 협력사 기준)에 2500억원을 긴급 지원한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올 들어 현대·기아차의 현지 판매량이 반토막 나면서 부품사들까지 연쇄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4일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자동차업계 간담회에서 중국 진출 부품업체의 금형설비 투자비를 일괄 선(先)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총 25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해외에 협력업체와 동반 진출하는 경우 관련 금형설비 투자비를 5~6년에 걸쳐 지급해 왔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부품사들이 경영난에 내몰리면서 이를 한꺼번에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현지 부품사들의 유동성 확보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기대했다.
산업은행 등 금융권도 한국 부품사 지원에 나섰다. 산은은 최근 경영안정자금 등 5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대출의 상환을 일부 유예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무역보험공사는 현지 기업의 보증 한도를 두 배로 늘리고 보증료를 50% 깎아주기로 했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따라 중국에 나간 한국 부품회사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130곳이 넘는 중견 부품업체(1차 협력사)의 공장 가동률은 최근 40%대로 떨어졌다. 매출도 절반 이상 날아갔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 난 여파 탓이다.
여기에 현대차의 중국 합작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가 베이징현대(합작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협력사들에 석 달에서 최대 6개월 넘게 납품대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합작법인의 돈줄을 쥐고 있는 베이징차가 나빠진 경영실적을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듭 미루면서다. 베이징차는 밀린 대금 지급 조건으로 현대차에 한국 부품사의 납품 단가를 20% 이상 깎아줄 것을 요청하는 ‘몽니’까지 부리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베이징차의 50 대 50 합작사다. 800여 개에 달하는 2, 3차 협력업체 중에선 이미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공장 문을 닫은 곳도 있다.
현지 업계는 이런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에 공장을 운영 중인 한 부품사 대표는 “산업은행 등 금융권과 현대·기아차의 지원으로 고비를 넘기겠지만 오래 버티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업계는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 외에 통상임금에 따른 부담도 호소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이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에) 통상임금 기준을 명확하게 법제화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인건비 부담에 따른 생산시설 해외 이전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최근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 것과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간 관련성에 대해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거의 답하지 않았다.
장창민/이태훈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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