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 KAIST 경영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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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기술혁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림>에서 보듯이 지난 수년간 AI 관련 투자와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여기에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의 진보에 거는 기대가 있다. 그중에서도 ‘알파고’를 제작한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테크놀로지의 ‘딥러닝(deep learning)’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AI를 이해하려면 지능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지능(지적인 활동을 하는 능력)을 기계화(자동화)하려면 우선 기계(컴퓨터 프로그램)에 지식을 주입하고 인간과 비슷하게 생각(판단)하게 해야 한다. 자동차 운전을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 운전 중 빨간 신호등이 들어오면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아 자동차를 세워야 한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에스컬레이터가 사람이 접근하면 작동을 시작하는 것처럼 어떤 기계에 필요한 지능은 아주 적은 수의 조건문(빨간 불)과 선택(브레이크)의 규칙을 입력해 부여할 수 있다.
딥러닝으로 암묵지(暗默知)의 문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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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폴라니의 패러독스(Polany’s paradox)’다. 인간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으로, 우리 지식에는 법칙이나 논리적으로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암묵지(暗默知)가 많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인간의 많은 판단과 지적 행위에 대해 우리는 자신이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하지 못할 때가 많다. 직관이나 창의성이라는 말은 이런 암묵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과거의 법칙을 코딩해 입력하는 방식에서 ‘신경망회로 네트워크(neural network)’ 발명과 더불어 소프트웨어(SW)가 스스로 암묵지를 흡수해 인간과 비슷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딥러닝이다. 즉 인간이 지식을 넣어주던 방식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입력과 결과변수 사이의 법칙을 구체적으로 모르더라도 직관적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이 상황이라면 보통의 인간은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흉내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머신러닝이다. 딥러닝은 이것을 고도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너무 많은 법칙의 문제나 암묵지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된 기술진보로 산업계는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된 것이다.
예측의 영역발견과 활용서비스 중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계 지능이란 ‘예측 기술’이다. 웹이 정보검색과 연결(커뮤니케이션)의 비용을 낮춘 것처럼 예측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는 것이다. 관리자들과 전문가들이 하는 행위의 많은 것들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 속에서 예측하는 행위다. 교통(교통량 예측), 의료(치료효과에 대한 예측), 투자(투자결과에 대한 예측), 농업(일기, 농약과 비료의 적용에 따른 작황이나 가격에 대한 예측), 물류관리(수요와 생산에 관한 예측) 등의 예를 통해 우리는 예측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예측할 수 있으면 이런 경제활동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된다. 비용이 낮아지면 이런 예측을 사용하지 않던 과업에도 예측을 적용하게 된다. 수많은 경제활동이 이제 자동화된 예측의 범주로 새로이 해석되고 편입될 것이다.
예측의 효율성이 올라가면 예측이 사용되는 영역이 확대되고 보완적 관계에 있는 일의 가치와 새로운 경제의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부 학자는 기계 지능의 확대는 대기업의 경쟁우위를 낮출 것이라고 한다. 대기업의 장점은 본질적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력과 미래 위험에 대한 대응력에서 오는데, 중소기업이 알파고와 같은 예측력을 갖는 세상에서는 그런 우위가 많이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새로운 탐색과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을 먼저 찾아내고 그것을 서비스화한 회사들이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듯이, 새로운 예측의 영역을 발견하고 그것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이다.
이병태 < KAIST 경영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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