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와 두 차례 통화 …한국·일본에 핵무기 배치 시사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와 무역 끊겠다"
매티스 "대북 군사옵션 트럼프에 브리핑"
"북한, 핵 포기 안할 것" 일각선 협상론도
[ 워싱턴=박수진/도쿄=김동욱 기자 ] 미국의 대북 정책이 외교·경제·안보 압박 카드를 동원한 ‘총공세’ 모드로 돌아섰다. 한국 내 전술핵 배치와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도입 가능성 등 ‘최고 수위’의 옵션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전에 어떻게든 제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이미 늦었으니 북한 핵을 인정하고 협상에 나서는 게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다양한 군사옵션 청취
미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20시간도 안 돼 그동안 한쪽에 밀어뒀던 최강도 압박 카드를 모두 꺼내 들었다. 더 이상 밀릴 수도, 밀릴 시간도 없다는 상황 인식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모든 외교, 재래식 무기, 핵 능력을 미국 본토와 동맹국을 방어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공식 인정하진 않았지만 미국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발언이라고 미 정치 전문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는 분석했다.
B-1B 폭격기 등 전략자산뿐 아니라 ‘공포의 균형’ 전략에서 동맹국에 전술핵을 배치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술핵무기는 국지전 등에서 사용하는 20kt 이하의 소형 핵무기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북핵에 대응해 전술핵을 개발하거나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북한을 전멸시킬 수 있는 군사옵션’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의 군사적 옵션에 대한 설명을 듣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군사적 옵션이 단순히 테이블 위에 올라 있는 게 아니라 실행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뜻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특수부대를 활용한 김정은 참수 작전과 핵능력 무력화 작전 등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中 압박
토머스 레이먼드 미국 통합특수전사령부(SOCOM) 사령관은 지난 7월 아스펜안보포럼에 참석해 “미 특수부대들이 한국에서 북한의 요인암살 등 대북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SOCOM은) 그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어떤 군사적 행동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도 다시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와 무역 거래 중단’ 의사를 나타냈다.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도입안이다. 이는 ‘중동의 맹주’ 이란의 석유 수출 길을 막아 핵 개발 의욕을 무력화한 제재다.
주무부처 장관인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그런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의 실행의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경고다. 미국은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도 세컨더리 보이콧 도입 카드를 지렛대로 중국에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용인론과 대화론 제기도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과 금융회사, 개인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이 중국과의 관계만 더욱 악화시킬 뿐 핵무기 개발을 거의 달성한 북한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금이라도 유엔이나 미국 내 법을 활용한 대북 제재,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정보공작 등 포괄적이고 통합된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CNN 앵커이자 국제 전문기자인 크리스티안 아만푸어는 대북 협상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미국은 대북 정책의 진짜 옵션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도쿄=김동욱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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