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기 구매 승인·FTA 폐기 등 문 대통령에 노골적 언급
"안보·경제 연계 전략" 분석도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 정상 간 전화통화가 이뤄졌지만 그 내용엔 미묘한 차이가 있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통화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모든 외교, 재래식 무기, 핵능력을 사용해 미 본토와 동맹국들을 방어하겠다고 밝혔다”며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백악관은 자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전화통화한 주요 내용을 보도자료(readout) 형식으로 정리해 언론에 배포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도 이를 게재해 대통령의 정상외교 활동을 투명하게 국민에게 알린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통화 내용을 보면 일본 등 동맹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으면 핵무기까지 동원해 적극 방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맹국엔 한국도 포함되지만 언급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한 것은 4일이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북 압박을 극대화하는 데 합의했으며 연합 군사훈련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고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처럼 미국의 핵능력을 사용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구체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를 원칙적으로 승인하고,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한국의 미국산 군사무기와 장비 구매를 개념적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문맥상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 해제 승인과 무기 수출을 연계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지난달 7일 통화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미국산 무기 구입이 거론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한·미 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며 “심각한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한·미 FTA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국방비 지출을 늘릴 계획이 있다”고 했다. “(한국의) 국방비 상당 부분이 미국 첨단무기 구입에 쓰일 예정이라 대한 무역적자 규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문 대통령이 말했다는 게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었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양국 간 경제동맹의 축으로 평가받아온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다”고 돌연 언급하기도 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는 안보·경제 문제를 이해타산적으로 철저히 연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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