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과 부산 등지에서 10대 여중고생의 잔혹한 폭행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여야 의원들이 앞 다퉈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하지만 소년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 보다 ‘사건’만 터지면 관련 법안을 쏟아내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발의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10대의 잔인한 범죄가 연이어 알려진 뒤 소년법 개정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청소년범죄가 저연령화·흉포화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관련법 개정 논의를 신중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이석훈 의원은 이날 ‘소년범죄 근절을 위한 법률개정안 3종 세트’를 발의했다. 이 의원은 “현행 형법은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1953년부터 동일한 내용을 60년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법개정 추진 이유를 밝혔다. 법안에는 현행 형법 제 9조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하향하고, 소년법 제 4조의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을 ‘10세 이상 12세 미만’으로 개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소년법 적용 연령을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고 사형 또는 무기형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유기징역을 최대 15년에서 20년으로 강화하는 ‘소년흉악범죄처벌강화법(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도 “미성년자라도 특정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며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지 않도록 소년법을 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부산 여중생 폭력사건 등 잇단 학교 폭력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을 위해 8일 긴급 정책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이같은 정치권의 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형사미성년자의 연령문제도 가볍게 고민할것이 아니다. 그저 뜨거운 냄비처럼 끓다가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청소년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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