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관 때문에 역차별 받을라"…일산은 냉가슴

입력 2017-09-06 15:32   수정 2017-09-06 16:15

이미 조정 받는데…'집중 모니터링 지역' 지정
"지역구 봐주기 논란 의식한 것 아니냐" 불만도




“장관이 사는 곳이라는 이유로 공공의 적이 됐어요. 여론 때문에 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면 역차별이죠.” (일산서구 주엽동 D공인 관계자)

정부의 추가 부동산 안정화 조치가 발표된 다음 날인 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서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일단 안도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일산동·서구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는 건 피했지만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다음 순번으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장항동 K공인 관계자는 “지축과 삼송처럼 서울과 가까운 택지지구가 뜨거워 고양시 전체가 과열된 것처럼 보일 뿐”이라며 “일산은 분위기가 다른데 왜 예의주시하겠다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면서 일산동·서구와 부산 전역 등 전국 24개 지역에 대해서도 집값 불안이 재연될 경우 언제든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겠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특히 일산서구는 ‘8·2 부동산 대책’의 핵심 규제를 비켜가면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지역구 봐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이번 조치가 눈길을 끈다. 구체적인 지역을 거론하면서 추가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는 건 이례적이어서다.

대화동 G공인 관계자는 “눈총이 따가우니 일산을 억지로 끼워넣지 않았겠느냐”며 “탄현동 같은 데선 10년 전 고점을 회복하지도 못했는데 규제가 언급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에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들어온다고 해서 킨텍스 주변 신축 아파트들의 분양권이 강세를 보였던 것일 뿐 다른 아파트들은 호가가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며 “장관이 사는 아파트값도 떨어졌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 김 장관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일산아이파크’는 전용면적 84㎡의 시세가 올해 초만 해도 4억원을 웃돌았지만 이달 3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3000만원가량 떨어졌다. 대화동 ‘킨텍스 꿈에그린’ 전용 84㎡의 분양권은 지난달 5억1000만원에 거래돼 석달 전보다 9000만원가량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의 다른 아파트들도 조정을 받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 일산동·서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8·2 대책 발표 이전(7월28일)과 비교해 각각 -0.17%, -0.01%였던 것으로 나타냈다. 6월~7월 상승률이 각각 1.27%, 1.74%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책 이후 안정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모니터링을 통해 실거래가와 청약상황 등을 살피겠다고 밝히자 일산 지역 중개업소들은 혹시라도 규제 정국의 불똥이 튈까 염려하고 있다.

주엽동 H공인 관계자는 “상승기에 집값이 오르지 않았던 지역은 얼마나 되느냐”며 “전국 모든 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지적했다. 인근 N공인 관계자는 “지금도 사놓은 집은 떨어지고 내놓는 집은 안 팔린다고 하소연 하는 매도인들이 많다”며 “다른 수도권 도시와 비교하면 수요가 두텁지는 않아서 혹시라도 규제가 나온다면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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