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 변제를 받으려면 전입신고를 하고 주택을 인도받아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까지 받아야 한다.
그런데 주택 인도와 관련해 단독주택의 현관 자동문 비밀번호를 제공받고 이삿짐 일부를 임차한 집에 옮겨둔 뒤 밤에 잠만 자고 주된 주거지는 여전히 종전 아파트였어도 인도받았다고 볼 수 있을까. 임차보증금을 전입신고, 주택 인도, 확정일자를 받기 이전에 일부 내고 나머지는 그 이후에 냈다면 우선변제받을 수 있을까.
이에 관해 최근 대법원은 그런 경우에도 주택의 인도로 보고 임차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 사례(2017년 8월29일 선고 2017다212194 판결)를 살펴본다.
임차인 A는 단독주택 중 비어 있는 한 호실을 임차하면서 보증금 6500만원 중 계약 당일 500만원을 지급하고, 임대인으로부터 현관 자동문 비밀번호를 제공받았다. 다음날 임차 호실에 일부 이삿짐을 옮긴 뒤(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임대차계약 당일 마침), 주중에는 퇴근 후 주로 잠만 자는 용도로 사용하고, 주말에는 종전 거주지 아파트에서 지냈다. 약 1개월 뒤에 임차보증금 잔액 600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이사를 마쳤다.
그런데 그 사이에 B가 같은 주택 다른 호실에 관해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전세금 6500만원에 관해서 전세권 설정 등기를 마쳤다. 그 후 위 주택이 경매에 들어갔고, 후순위로 전세금을 못 받게 된 B가 A는 우선변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A의 보증금 배당액을 자신이 받아야 한다고 배당이의 소송을 냈다.
이에 원심은 임차인 A가 현관 자동문 비밀번호를 제공받고 이삿짐 일부를 임차한 호실에 옮겨둔 뒤 밤에 잠만 자며 주된 주거지가 다른 곳이었다면 주택을 인도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보증금 잔액을 지급하기 전에 전세권자 B가 전세금 전액을 지급하고 전세권 등기까지 마쳤으므로 B가 우선변제받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차인 A가 현관 자동문 비밀번호를 제공받고 일부 이삿짐을 임차 호실에 옮긴 정도로도 인도로 봐야 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우선변제 요건으로 임차보증금이 전액 지급돼 있을 것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일부를 대항력, 확정일자 이후에 지급했어도 우선변제권을 가진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위 사례는 주택 인도로서의 점유 기준을 더 명확히 했고, 보증금을 나눠 낸 경우에도 일부가 아니라 전액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할 것인지에 관한 의문을 해소해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김재권 < 법무법인 효현 대표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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