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분양 물량 90%가 재개발·재건축 사업 통해 공급
정부 규제로 희소성 더 커질 것
재개발·재건축 선호 키워드는 (1) 새 아파트 (2) 고령화 (3) 도심
"똘똘한 도심 재건축 아파트 장기 보유가 정답"
[ 설지연 기자 ] “‘8·2 부동산대책’의 규제를 살펴본 결론은 도심의 똘똘한 재건축 아파트를 오랜 기간 보유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좋은 아파트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아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이 연이어 나왔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사진)는 정부가 대책을 통해 규제하려는 핵심 대상을 ‘재건축 사업’과 ‘다주택자’로 봤다. 하지만 그는 계속된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분양권과 입주권 거래가 불가능해지면서 시간이 지나면 매매가 가능한 아파트는 오히려 그 희소성을 인정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심 교수는 “틈새시장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지금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투자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책 피해간 단지에 주목해야
지난달 말 발간된 《재개발 재건축 지금 사도 될까요?》(한경BP·사진)는 한국부동산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심형석 교수와 재개발 구역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박유현 박사가 함께 쓴 책이다. 부동산학과 교수의 이론과 공인중개사 사무소 운영자의 실전 노하우를 담아 재개발·재건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재개발·재건축 시장을 쉽게 이해하고, 투자 전략을 짤 수 있게 최신 정보와 분석을 담았다.
심 교수는 “정부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근원지로 사실상 재건축 아파트를 꼽아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그만큼 재건축 아파트가 돈이 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잡고 싶겠지만 특정 지역, 특정 시기, 특정 정책으로는 언제나 풍선효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기 마련”이라며 “사업 추진 초기 단계 단지나 조합은 설립됐지만 추진 속도가 느린 곳, 사업시행인가 신청 이상의 단계인 재개발사업장 등 대책을 비켜간 아파트에 주목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책을 비켜간 아파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청약가점제가 확대되면서 새 아파트 일반분양에 당첨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 아파트를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수요가 몰리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 주택 수요자들은 대도시 도심을 원한다. 서울은 90% 가까운 분양물량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새 아파트, 고령화, 도심’이 키워드
심 교수는 재개발·재건축 선호의 키워드로 ‘새 아파트’ ‘고령화’ ‘도심’ 세 가지를 들었다. 그는 “새 아파트가 인기 있으니 재개발·재건축이 주목받는다는 것은 모순된 얘기지만 현실에선 정답”이라며 “2015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5년 이하 아파트가 4.4% 상승률을 보인 데 비해 20년 초과 아파트는 7%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새 아파트의 인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파트라는 상품이 가진 본질에 있다고 말한다. “대개 아파트는 20~30%의 공용공간이 있는데 이 공용공간의 노후도가 빨리 진행되고 부분 보수를 통해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우리나라 아파트는 비슷한 시기에 지어져 대도시 아파트는 대부분 낡은 상태”라며 “새 아파트에 살고 싶다면 새로 지어지는 도시 외곽 신도시로 가야 하는데 초기 신도시는 주거 여건이 좋지 않아 결국 도심에 공급되는 재개발·재건축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령화시대에 들어서면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투자 수단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심 교수는 “젊은 시절에 나이 들면 경치 좋고 물 맑은 데서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지만 현실이 되면 정반대 선택을 한다”며 “도심을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 노인들의 진짜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 “노인들은 대형 병원이 있고 편의시설이 많은 대도시, 그중에서도 중심권역을 떠나기 싫어한다”며 “3.3㎡당 4000만원이 넘어가는 분양가의 이면에는 고령화와 도심,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가 감춰져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호황을 바탕으로 수도권 외곽 등 다른 지역으로까지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위험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심이라는 핵심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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