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근로시간 저축제' 등 기업에 재량권
한국은 보완책 논의조차 않고 밀어붙이기
[ 강현우 기자 ] 경제계는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해선 개별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특별연장근로 등 대안 논의는 거부한 채 ‘즉각적인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여당 움직임에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계와 정치권의 ‘1만원’ 구호에 매몰돼버린 것처럼 근로시간 단축도 기업 경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화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 보완책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고용노동소위원회는 지난달 근로시간 단축 적용 시기를 기업 규모별로 △49명 이하 △50~299명 △300명 이상 등 3단계로 구분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적용 유예 기간에선 의견이 엇갈렸고, 한시적 특별연장근로는 민주당의 거부로 전혀 논의되지 못했다.
경제계에선 “2015년 노·사·정 대타협 당시 합의한 수준보다 기업에 대폭 불리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 합의는 기업 규모별로 4단계로 나누고, 4단계인 99명 이하 사업장의 적용 시기를 법 시행 후 4년 뒤로 잡았다. 별도로 4년간 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내용도 담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이번 국회 합의는 기업 규모별로 차등화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한시적 특별연장근로제나 ‘근로시간 저축제’ 등 해외에서 보편화된 보완책에 관한 논의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명제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세밀한 대안 필요”
한국의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제한 기준은 1주일 12시간이다. 연장근로수당 할증률은 통상임금의 50%로 고정돼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연장근로 한도는 1주일 15시간, 1개월 45시간, 1년 360시간이며 기업 사정에 따라 같은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
독일은 1주일 12시간이지만 6개월 총량으로 법 위반을 판단한다. 프랑스는 1년에 220시간 이내면 된다. 대만은 1개월에 46시간이다. 기업 경영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고려해 연장근로도 탄력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독일은 연장근로수당 할증률을 노사 합의로 정한다. 일본은 월 60시간 이내는 25%, 그 이상은 50%다. 프랑스는 첫 8시간이 25%, 이후는 50%다. 일정 수준 이하의 연장근로는 기업의 필요를 존중해주되, 그 이상은 근로자를 우대하는 정책적 배려로 분석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기업에 일자리를 늘릴 여력을 주려면 근로시간 단축 자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부작용을 줄이는 다양하고 세밀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휴일근로 사실상 사라져
정치권은 근로기준법에 1주일을 7일로 규정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라 별도로 인정돼온 휴일근로를 없애는 방식의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법상 근로시간은 정규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 고용부 해석에 따른 16시간의 휴일근로(토·일 각 8시간)를 더해 총 68시간이다.
법 개정으로 고용부 해석을 폐기하고 휴일근로가 사라지면 설·추석 등 장기 연휴에 대형마트나 편의점, 극장 등 편의·여가시설도 대부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총의 분석이다.
현재는 주중에 공휴일이 있어서 그만큼 정규근로 시간이 줄어들더라도 해당 공휴일에 휴일근로를 활용하면 된다. 다만 휴일근로 수당 50%를 추가로 줄 뿐이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휴일근로가 없어지면 해당일에 연장근로를 써야 한다. 연장근로는 1주일 12시간만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 1.5일이 한계다.
또 현재 연장근로 제한을 받지 않는 26개 특례업종 가운데 16개를 삭제한다는 게 여야의 합의다. 삭제 예정 업종에 도매·소매업, 음식점·주점업, 숙박업 등이 포함돼 있다. 국회가 법을 개정하면 특례업종에서도 빠지기 때문에 연휴에 장기 휴업이 불가피해진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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