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우려되는 '집값 잡기 드라이브'

입력 2017-09-06 18:46   수정 2017-09-08 09:35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고강도 패키지 규제로 평가되는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다. 한꺼번에 쏟아낸 ‘종합세트 규제’여서 약발도 즉각 나타났다. 집값 과열 조짐을 보이던 지역들은 거래가 줄고, 가격도 진정세로 돌아섰다. 여세를 몰아 정부는 지난 5일 ‘8·2 추가 조치’를 내놓고, 집값 잡기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주택시장 안정대책 드라이브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조치에서 성남시 분당구, 대구시 수성구 등 두 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엔 분양권 전매금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19개의 ‘규제 그물’이 펼쳐진다. 인천 연수구와 부산 전역 등 9곳은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결정했다. 이르면 내달 중순부터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할 예정이다. 앞으로 집값 불안 지역이 생기면 언제든지 강력 대처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과도한 규제로 부작용 우려

정부가 주택시장 과열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부동산정책 트라우마’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많은 규제를 쏟아내고도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래서 ‘뛰는 집값’은 강력한 수요 규제(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 등)와 주택 공급 확대 등으로 즉각 제압하고, 동시에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의 내집 마련은 적극 지원한다는 투트랙 정책을 펴고 있다.

주거복지 강화와 세금 조정 등을 내용으로 한 ‘중장기 안정화 대책’도 준비 중이다. ‘지속 가능한 주택시장 안정구조’를 만들어놓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책은 뜻은 가상하나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주택시장 현주소’를 무시하고,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서다. 주택시장은 투기꾼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시장 인식 왜곡’도 우려된다. 이런 인식으로 지속 가능한 부동산시장 안정화 시스템을 정착시키기는 힘들다.

주택이 일정 부문 공공재 성격을 지녔다 해도 엄연한 자산시장의 상품이다. 극심한 수급 불균형 상태가 아니라면 시장논리에 따라 유통돼야 한다.

가격 자율화·주거복지 강화 병행

국내 주택보급률(가구수 대비 주택수)은 최근 4년째 103% 수준이다. 과잉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자가 보유율도 62.2%(2016년) 수준이다. 미국(67.4%, 2009년), 프랑스(58.0%, 2010년), 독일(41.8%, 2010년), 일본(61.1%, 2008년) 등 선진국보다 낮지 않다. 자가 점유율(자기집 거주 비율)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60%대)과 큰 차이가 없다.

정부는 자가 점유율을 ‘집값 규제’의 논리로 내세운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매집하는 바람에 실수요자의 자가 점유율이 낮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수요 규제를 통한 집값 잡기 방식으로는 그 과제를 해소할 수 없다. 인위적 가격통제는 한시적 진정 효과만 있을 뿐 결국에는 급등 양상을 보이게 된다.

정부가 지속 가능한 주택시장 안정화를 바란다면 ‘가격 자율’과 ‘주거복지·공정조세 강화’ 등을 병행하는 게 해법일 수도 있다. 민간주택은 시장 기능에 맡기고, 오히려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공정과세로 공공주택 재원을 마련하고, 전월세 상한제 등을 통해 민간 임대시장에서 취약계층 안전장치를 갖추면 된다. 한물 간 규제몰이보다 민간과 공공의 공생정책을 고민해볼 때다.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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