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대북 원유공급 중단 협조를"…푸틴 "북한 민간 피해 우려"

입력 2017-09-06 18:55   수정 2017-09-07 05:42

한국-러시아 정상회담

한-러 정상 '북핵 해법' 큰 시각차
문 대통령 "안보리 대북제재 강도 더 높여야"
푸틴 "막다른 골목 몰면 안돼…외교적 해결을"
트럼프 "군사행동 첫 선택사항 아니다"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방지 및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북핵 외교’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대북 제재와 압박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히며 ‘압박과 제재’ 수위를 높이려는 한·미·일 3국의 해법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러 정상 북핵 해법 놓고 이견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저와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잘못된 길이며 한반도의 긴장 완화가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가 확고한 북핵 불용 원칙 아래 유엔 결의와 외교적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 같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앞으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핵화에는 공감하면서도 북핵 도발을 막을 해법에선 이견을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은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안 되고 냉정하게 긴장 고조 조치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사태는 제재와 압력만으로는 안 된다”며 “정치외교적 해법 없이는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 내 생각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또 “구체적인 구상은 러시아와 중국이 만든 북핵 해법 로드맵에 담겨 있다”며 “이것이 현실적·단계적 해법이니 당사국들이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문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송영길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미사일 실험 중단 및 한미연합훈련 축소→평화협정→동북아 안보 다자협정을 통한 비핵화 및 주한미군 철수 논의’의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청와대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당장은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원유 공급 중단 요청 거부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내려면 유엔 안보리 제재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 이번에는 적어도 북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달라”고 말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현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북한에 1년에 4만t 정도의 아주 미미한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며 “우리도 북핵을 반대하지만 원유를 중단하면 북한의 병원 등 민간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 제재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러시아의 협조를 요청하자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아무리 압박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선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 정상은 공동 언론발표 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거리를 20여 분간 산책했다. 두 명의 통역만 대동한 예정에 없는 ‘깜짝 산책’은 푸틴 대통령이 전격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극동거리에 마련된 러시아 각 연방주 홍보관을 찾은 뒤 마지막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관을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의 산책 제안은 문 대통령과의 우의를 돈독히 하고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양국 관계 증진에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은 첫 선택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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