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혜 기자 ]
남녀 무용수들이 스윙 재즈풍의 음악에 맞춰 경쾌한 커플댄스를 춘다. 무도회장에서 축배를 들듯 한쪽 팔을 높이 들어올리며 모여드는가 하면 탭댄스를 추는 것처럼 리드미컬하게 무대바닥을 누빈다. 서로를 유혹하듯 끌어당겼다가 원심력에 당기듯 돌아나가기도 한다. 국립무용단이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신작 ‘춘상’(春想)의 첫 장인 ‘축제’의 한 대목이다.
지난 4일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미리 본 ‘춘상’에는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의 싱그러운 에너지가 넘실댔다. ‘봄에 일어나는 다양한 상념’을 뜻하는 ‘춘상’은 청춘의 사랑 이야기를 8장으로 구성한 춤으로 보여주는 한국무용이다. ‘춤, 춘향’ ‘Soul, 해바라기’ 등 한국 창작 무용계에 굵직한 기록을 남긴 작품을 제작한 배정혜가 춤을 만들었다. 연출은 2015년부터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을 맡아온 디자이너 정구호가 맡았다.
배정혜와 정구호는 기존 한국무용의 틀을 과감하게 깼다. 국악 대신 대중음악을 재즈 오케스트라 등으로 편곡한 음악을 쓰고, 의상에는 현란한 오방색 대신 무명색 회색 적포도주색 등을 사용했다. 내용은 고전소설 ‘춘향전’을 오늘날 청춘의 발랄한 사랑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춘향과 몽룡은 학교 졸업 파티에서 서로에게 첫눈에 반한 ‘춘’과 ‘몽’으로 재탄생했다.
춤은 가볍고 산뜻하다. 배정혜는 “한국무용을 어렵게 생각하는 관객이 많은 게 안타까웠다”며 “한국무용만의 깊이있는 호흡을 바탕으로 하되 완전히 새로운 동작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음악도 사랑에 빠진 청춘의 설렘을 무대 위에 퍼뜨린다. 작곡가 이지수가 현대 대중음악을 무용 음악으로 편곡했다. 볼빨간사춘기의 ‘우주를 줄게’, 아이유의 ‘이 지금’, 어반자카파의 ‘Crush’ 등이 각 장 배경음악으로 쓰인다. 춘과 몽 역에는 이요음·조용진, 송지영·김병조가 더블 캐스팅됐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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