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 '베라왕', 홈쇼핑 들어온 '뉴욕 명품'… 5년간 매출 1900억 대박

입력 2017-09-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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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콘텐츠 전쟁
(4) CJ오쇼핑 '베라왕'

디자이너 베라왕도 감탄
"홈쇼핑 고급 브랜드 될 것"
CJ, 베라왕 설득해 계약

상품기획부터 베라왕과 협업
중국·베트남 해외수출도 검토



[ 안재광 기자 ] CJ오쇼핑은 2012년 ‘베라왕(Vera Wang) 포 피델리아’란 속옷을 내놨다. 세계적인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베라 왕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패션 브랜드 베라왕과 협업해 선보였다. 첫 방송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한 시간 만에 10억원어치가 팔렸다. 원래 목표액은 3억원이었다. 이후 CJ오쇼핑은 패션(VW베라왕), 홈 인테리어(베라왕 홈)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CJ오쇼핑의 베라왕은 지난 5년간 매출 1900억원을 올려 홈쇼핑업계 최고의 대박 브랜드가 됐다.

처음에 베라왕 측은 홈쇼핑 상품에 자사 브랜드를 붙이는 것을 거북스러워했다. 베라왕의 고급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봤다. 베라왕의 패션 상품은 미국에서도 주로 고급 백화점에 들어간다. 베라왕 웨딩드레스는 ‘연예인 웨딩드레스’로 유명하다. 국내에선 심은하, 김남주, 현영 등이 입어 화제가 됐다. 베라왕은 이런 브랜드를 홈쇼핑에서 싸게 판매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CJ오쇼핑은 “베라왕 브랜드를 훼손하지 않고 홈쇼핑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설득했다. 베라왕의 우아하고 고급스런 이미지에 맞춰 상품을 기획해 제안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TV홈쇼핑에선 값싼 저가 제품이 주력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결국 베라왕은 CJ오쇼핑에 브랜드 사용을 허락해 줬다.

CJ오쇼핑은 상품 기획 단계부터 베라왕과 철저히 협업한다. 베라왕 전담 브랜드매니저(BM)와 상품기획자(MD)를 두고 매달 베라왕 미국 뉴욕 본사를 찾아간다. 베라왕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 디자인팀, 라이선스팀을 국내로 불러 시장 상황을 수시로 점검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기존 홈쇼핑 상품의 두 배인 6개월의 기획 기간이 필요하지만 제품 완성도는 훨씬 높아진다.

CJ오쇼핑 베라왕 가운데 현재 가장 잘 팔리는 것은 여성복인 VW베라왕이다. 트렌치코트, 니트, 부츠 등이 주된 품목이다. 작년 상반기 내놓은 VW베라왕 여성 정장은 1년 만에 50억원어치가 팔렸다.

베라왕은 CJ오쇼핑과의 협업을 ‘모범적인 라이선스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4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베라왕 라이선스 서밋’에 해외 기업으론 유일하게 CJ오쇼핑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베라 왕 디자이너는 “한국의 홈쇼핑 상품이 디자인, 품질 모두 좋다”며 “뉴욕 백화점에서 팔리는 것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CJ오쇼핑은 베라왕 제품을 백화점 등에서도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CJ오쇼핑이 진출해 있는 국가의 해외 수출도 검토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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