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익 호조·정경유착 악습도 해소 기미
주식 투자가는 '이성적' 낙관론자가 돼야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https://img.hankyung.com/photo/201709/2017090750961_07.14298667.1.jpg)
주식투자가는 ‘이성적’ 낙관론자가 돼야 한다. 미래가 현재보다 낫지 않다면 투자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이야말로 낙관론과 비관론 중 어느 진영을 선택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먼저 비관론을 살펴보자. 정치적으로는 북핵(北核)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다모클레스의 검(劒)처럼 천장에 매달려 있다. 최근 6차 핵실험으로 긴장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점점 낮아지는 성장 잠재력, 심각한 청년실업, 위험수위에 도달한 개인부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문제들이 즐비하다. 이 상황에서 장기투자를 결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세상사가 다 그렇듯 비관론과 낙관론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하는 법이다. 우울한 마음을 잠시 달래고 ‘팩트(fact)’만 본다면 자본시장 개방 이래 지속돼온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두 가지 주요 원인이 ‘조용히’ 해소 중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첫째, 북핵 문제다. 6차 핵실험은 20년간 끌어온 북핵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모든 전문가가 지적하듯 외교적 수사로 시간을 끌 수 있는 시점은 지났다. 물론 전쟁은 어느 누구에게도 옵션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북핵을 애써 모른 척해온 것보다 작금의 극한 대결 국면이 오히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의 사드 보복은 단기적으로 우리의 피해가 크지만 길게 보면 중국은 더 큰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중국의 전략적 이해는 한국을 적대시해서는 결코 ‘안전하게’ 유지될 수 없다.
둘째, 재벌의 정경유착 문제다. 정경유착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끊임없이 지적해온 부분이다. 외국 언론에서 재벌을 번역 없이 우리말 그대로 ‘chaebol’로 쓸 정도로 한국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외국인들은 재벌의 복잡한 지배구조와 한국 정부의 불투명한 법 집행이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자연스럽게 정경유착이 해소되고 있다. 불행한 사건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과거 부정적인 정경유착의 악습이 사라진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물론 기업들에도 장기적으로는 큰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기업들의 이익은 사상 최고치로 세전 영업이익이 130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만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3~4배다. 내년에도 기록 경신은 이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할 정도로 낙관적이다. 미국의 경기회복은 이미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도 예상과 달리 건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주가도 10년 만에 ‘박스피’를 탈출했다. 북핵과 온갖 부정적인 소식에도 주가가 230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장이 위기론을 극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마 북핵이 해결되기 전까지 계속 위기설이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투자가는 팩트로 결정한다. 지구가 둥글다는 팩트를 믿지 않았으면 콜럼버스는 배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투자가라면 낙관주의자로 개종해야 함을 잊으면 안 된다.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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