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시장 조사…고가브랜드 우선 진출
"가치 소비 즐기는 40대 집중 공략"
[ 김보라 기자 ]
일본의 슈퍼 프리미엄 맥주 ‘에비스’가 국내에 본격 진출한다. 삿포로맥주 계열의 에비스 캔맥주가 일본 외 지역에 출시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에비스맥주 제조사인 삿포로인터내셔널의 오루이 쓰카사 회장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치 소비를 즐기는 한국의 30~40대 ‘영 포티(young forty)’가 에비스맥주의 핵심 고객”이라고 말했다. “수입맥주가 연 20%씩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슈퍼 프리미엄 맥주인 에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비스의 한국 진출 전략은 2001년 도요타가 국내에 들어올 때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요타는 장기간 시장조사를 한 뒤 고가의 렉서스 브랜드만 가지고 한국에 진출했다. 외국산 판매가 급증하는 시기에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도 비슷하다.
◆“에비스는 프리미엄”
삿포로인터내셔널은 삿포로맥주를 국내에 유통하고 있던 매일유업 계열사 엠즈베버리지와 에비스의 국내 출시 시기를 놓고 2~3년가량 시장 조사를 했다. 일본 기업들이 갖고 있는 신중함 때문이었다. 수입맥주 판매가 늘며 가능성이 보이자 지난해 11월 말부터 신라호텔 아리아께, 포시즌호텔 키오쿠, 스시선수, 갓포무샤, 갓포아키, 호무랑 등 최고급 호텔과 유명 이자카야 등에 생맥주를 판매했다.
이종완 엠즈베버리지 대표는 “지난 10개월간 100여 개 고급 일식 레스토랑에 에비스를 판매한 결과 기대보다 매출이 많이 나왔다”며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맥주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캔맥주 출시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수입맥주 시장은 편의점 등에서 ‘4캔에 1만원’ 등 대규모 가격 할인 행사를 1년 내내 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오루이 회장은 이런 흐름에 휩쓸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전략이다. 에비스맥주는 편의점,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 350mL는 3900원, 500mL는 4700원에 판매한다. 오루이 회장은 “한국의 수입 캔맥주 가격이 하향 평준화돼 있다”면서 “에비스가 편의점 가격 기준으로 다른 수입 맥주 가격의 거의 두 배지만 차별화된 맛과 품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역 이름도 바꾼 에비스
일본에는 칠복신(七福神)이 있다. 복을 가져다주는 일곱 명의 신이다. 이 중 에비스신은 왼손에 도미를 안고 오른손에 낚싯대를 쥐고 있다. ‘어업의 신’이자 ‘사업 번창의 신’으로 불린다. 에비스맥주는 에비스신을 그대로 따온 맥주다. 1887년 일본맥주양조회사는 도쿄 시부야구에서 패키지에 에비스신을 그려 넣은 에비스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독일식 제조법을 들여와 100% 맥아를 고집한다. 숙성 기간도 다른 맥주보다 1.5배 길다. 보리와 홉은 계약재배를 통해 최고 품질만 고집한다. 1971년 삿포로맥주가 에비스를 인수했다.
오루이 회장은 “일본에서 에비스맥주는 ‘복을 부르는 맥주’로 불리며 명절이나 기념일 등에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는 제품”이라며 “최고의 재료와 숙성법 때문에 130년 동안 일본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과거 에비스맥주 공장이 있던 시부야구 외곽 지역은 원래 시부야 아래라는 뜻의 ‘시부야무라’로 불리던 곳. 에비스맥주 출하량이 증가해 철도 수송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에비스 정류장’이 아예 일본 철도인 야마노테선에 자리잡았다. 이후 이 지역 이름도 에비스로 바뀌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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