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산후 휴가를 조금이라도 길게 쓰기 위해 만삭 배를 부여잡고 근무하던 중 회사 내 친했던 동료가 급작스럽게 부친상을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상갓집의 우울한 기운이 태아에게 영향을 준다고 믿었던 탓일까. 집안 어른들께서는 임신 중 문상을 못 다니게 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퇴근길에 들러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 망설이다 집으로 왔다.
'가야 돼. 말아야 돼?'
'상갓집 다녀온 걸 알면 시어머니가 걱정하실 텐데?'
'그렇다고 나만 안 가면 나중에 미안해서 어떻게 얼굴을 보지?'
'임신 중이니까 이해해주지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불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고 다음날 장례식장서 나와 마주친 동료는 '힘들 텐데 어떻게 왔느냐'며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 그렇게 손을 잡고 얘기도 나누고 위로하고 오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잠도 잘 잘 수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세상이 정한 모든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구나.
엄마는, 특히 나와 같이 일하는 엄마는 항상 마음이 오락가락할 때가 많다.
'아픈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다니', '퇴근하고 데리러 가면 어린이집에는 늘 우리 애가 마지막까지 남아있어ㅠ' 하면서 미안한 마음에 잘해줘야지 싶다가도.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소리를 꽥 질러댄 날은 '내가 엄마 자격이 있긴 한 걸까', '난 다른 엄마들보다 모성애가 부족한가 봐' 하며 자괴감이 들고 아이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회사에서 일 하고 녹초가 돼서 집에가면 아이들 밥 먹여야지 어질러 놓은 장난감 정리해야하지, 세탁기는 왜 그렇게 금방 빨랫감으로 가득차는지.
도무지 결혼 전 오롯이 회사만 다니며 내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되던 그 시절에는 퇴근 후 도대체 뭐가 그렇게 힘들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만 왜 이렇게 힘들어야 되나 생각이 들면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을 내게 되고 결국 남편한테 그 화살이 날아가곤 한다.
우울한 와중에 우연히 들은 팟라디오. 법륜스님은 '자녀가 행복하려면 무엇보다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이를 키워보지도 않았을 텐데 어쩜 이렇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씀을 하시는 거지?
꼭 나한테 들려주시는 말씀같았다.
엄마는 아이의 성장을 이끄는 스승이고 아빠 또한 마찬가지지만 다양한 이유로 아이는 아빠보다는 엄마의 심리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아이가 어릴 때 간혹 가정에 불화가 있더라도 엄마가 중심을 잡고 아이에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는 커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아이를 돌보는 주양육자의 소통방법이나 양육태도로 인해 아이가 성인이 된 후의 인성 또한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엄마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때 자녀에게도 그 기쁨과 행복한 마음이 전해지며, 아이들은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며 배우고 또 닮는다.
그래. 내가 먼저다.
회사에서는 아이 생각 접고 일에 집중하고 퇴근후 집에 와서는 아이 돌보기와 집안일 중 한가지씩만 하기로 했다.
퇴근 후 돌아와 집도 반짝반짝, 집안일이며 빨래도 척척. 그런 워킹맘? 물론 있겠지. 하지만 나는 아니다.
그냥 애가 있는 집으로 다시 출근한 평범한 워킹맘일 뿐이다.
청소, 좀 지저분하면 어때. 설거지? 내일 아침에 하자(물론 시간이 난다면).
엄마가 퇴근해 오기만 눈빠지게 기다린 아이들에게 집안일하느라 정신없고 지친 엄마가 되기보다는 눈 한 번 더 맞춰주고 아이가 읽어달라는 책 한 권 더 읽어주며 그런 엄마로 행복을 찾기로 했다.
아이들은 지금 오스트레일리아 사막에 사는 어린 긴귀 반디쿠트가 태어나 처음으로 굴밖에 나와 밤마다 달님이 커지고 작아지는 페이지를 넘기며 한창 재밌게 책을 읽는데 그깟 쓰레기 재활용이 지금 대수랴.
'아이들 잠들고 나면 그때 일어나 설거지하고 청소해야지' 마음먹고 같이 침대에 눕지만 어느새 깨보면 아침이 되는 것이 현실.
그래도 내가 마음 편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이에게도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는 점만을 기억하리라. 정신승리는 내일도 계속된다.
◆ 오늘의 실전팁 3
-아이와 눈이 마주치면 웃자 (돈 안들고 가장 확실한 감정코칭).
-집안 일이 힘들다고 짜증내지 말자 (아이는 일하라고 시킨 적이 없다).
-아이와의 놀이는 양보다 질 (짧은 시간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몰입해서 놀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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