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선 기자 ]
“도로가 파이면 당장 운전자들의 사고 위험이 높아집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국민생활 밀착형 복지투자입니다. 건설업계만 살자고 SOC 예산 삭감을 우려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사진)은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SOC 투자는 건설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국민 생활 편의를 제고하는 ‘공간 복지’와 ‘고용 확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년도 SOC 예산을 올해보다 20% 축소 편성한 것은 SOC의 중요성을 간과한 조치라는 것이다.
유 회장은 주요 인프라 시설이 1970~ 1980년대 집중적으로 구축돼 노후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노후 시설물의 안전 확보를 위한 시설 개량과 유지 보수를 위한 재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그는 “상하수도가 낡아 싱크홀이 많이 발생하고 댐 교량 등 인프라 시설도 준공된 지 30년이 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표상으로도 한국의 인프라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것이 유 회장의 설명이다. 예컨대 용수공급 인프라는 멕시코, 터키 등과 함께 최하위 수준이다. ‘1인당 도로 총연장’ 항목은 최하위인 35위, ‘자동차 1대당 도로 총연장’ 부문도 33위에 그친다. 그는 “한국과 비슷한 규모의 영토를 가진 영국 네덜란드 등과 비교할 때 수송 부하가 2~3배고, 통근시간도 OECD 주요국 평균인 28분의 두 배가 넘는 62분에 이른다”며 “수송 부하지수가 높을수록 교통사고와 대기오염이 증가해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SOC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SOC 예산을 올해보다 약 5조원 감소한 17조7000억원으로 확정해 이달 초 국회에 제출했다. SOC 예산이 20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최근 10년래 처음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SOC 예산을 매년 8% 줄여나갈 방침이다.
유 회장은 SOC 예산 축소가 무엇보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협회 분석에 따르면 SOC 투자가 1조원 감소하면 직간접적으로 전체 산업생산은 2조2250억원 줄어들고 일자리는 1만4000여 개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약 0.06%포인트의 경제성장률 하락을 야기한다.
유 회장은 또 “SOC 예산 삭감으로 중소건설업체의 어려움이 특히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업의 SOC 예산 의존도는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중소업체의 의존도는 80%에 이른다는 이유에서다. 또 ‘8·2 부동산 대책’을 통한 주택시장 규제에 이어 SOC 예산마저 삭감되면서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한꺼번에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 건설투자가 경제성장의 75%를 책임지고 19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SOC 예산 규모는 서민과 지역 경제의 살림살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산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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