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면세점 관련주 등 급락…하루 만에 시총 1조4000억 증발
외국인 '현대차 3인방' 순매수…"낙폭과대 따른 저가매수"
[ 은정진/김동현 기자 ]
주식시장에서 또다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드가 이르면 이번주 가동될 예정인 가운데 중국의 ‘2차 보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사드 피해는 화장품·엔터테인먼트·관광 등 소비주뿐 아니라 자동차주 등으로 확산됐다. ‘사드 리스크’는 북핵 위험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보복 강도에 따라 한국 증시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관련 종목의 낙폭이 지나치게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 등 ‘큰손’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사드 관련주 시총 22조원 증발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파라다이스 등 중국 소비 관련주 10개사의 시가총액(지난 8일 기준)은 44조890억원으로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기 직전(지난해 7월7일 기준)보다 17조7400억원(27.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현대자동차그룹주 시총 감소(5조2300억원)를 감안하면 사드 피해로 22조원 넘게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사드 여파로 주가는 44만1000원에서 26만7500원으로 39.3% 떨어졌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33.9%) CJ CGV(-32.6%) 파라다이스(-18.7%) 호텔신라(-16.1%)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974.08에서 2343.72로 18.8%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8일에는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정부가 경제 제재를 한층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며 하루에만 시총 1조4050억원이 증발했다. 아모레퍼시픽(-4.3%) LG생활건강(-2.37%) 한국화장품(-5.77%) 코스맥스(-4.68%) 한국콜마(-2.69%) 등 화장품주의 낙폭이 컸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소비가 많고 제재가 쉬운 화장품과 여행, 관광 관련 기업에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관련주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국내 자동차업종의 피해가 커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크다. 일부 중국 언론은 8일 베이징현대차의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가 합작 폐기를 불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 여파로 이날 현대차그룹 시총은 2조5920억원 급감했다. 현대차(-1.81%)와 기아차(-2.74%)보다 현대위아(-7.09%) 현대모비스(-4.66%) 현대글로비스(-3.93%) 등의 낙폭이 더 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합작 관계를 청산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중국 사업을 둘러싼 현지 파트너와의 갈등이 계속되면 현대차 주가 회복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가 매수 타이밍 지켜봐야”
사드 리스크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2차 한·중 정상회담이나 11월 열리는 중국의 19차 당대회 등 정치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사드 관련주의 실적이 나빠지는 가운데 현대차와 중국 합작사의 갈등설이 시장의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며 “관련주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 매수 시기를 늦추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보복이 장기화하면서 화장품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종목의 고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기업들도 판매지역 다변화 노력 등을 해야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드 피해주의 낙폭 과대를 노린 저가 매수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은 8일 자동차 관련주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현대모비스(246억원) 현대차(139억원) 기아차(48억원) 등을 순매수하기도 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관련 업체의 실적이 개선되기는 힘들다”며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은정진/김동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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