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는 11일 북핵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올해와 내년의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로 제시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경제는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며 "지금까지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충분한 재정적인 여력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해왔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5일 한국을 찾았다. 2013년 12월 인천 송도 녹색기후기금(GCF) 출범식 참석 이후 4년 만의 방한이다. 방한 기간 동안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IMF, 피터슨연구소(PIIE)가 공동 개최한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이화여대에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은 기자회견 직전 문재인 대통령,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만나 국내 경제 현안과 지정학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라가르드 총재는 방한 기간 동안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사실을 소개하며 북핵 위기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세를 발휘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함께 내놨다.
그는 "DMZ를 방문해보니 물리적으로 남한과 북한이 분단돼있다는 인식이 들었다"며 "북한과의 전쟁 위기나 갈등이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간 이러한 갈등을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왔다"며 "다양한 무역 협정이나 강인한 국민성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전망하는 올해와 내년도 국내 경제성장률은 3%다. 그는 "IMF는 한국 경제성장률을 올해 3.0%, 내년 3.0%로 본다"며 "한국 경제는 실업률과 물가를 살펴봤을 때 품질과 숫자 면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일부 조치가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게 라가르드 총재의 생각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책은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인데 이를 위해선 공급도 맞춰져야 한다"며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향상시키면 많은 금액을 소비할 수 있고 내수를 진작할 수 있고 경제 성장의 재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책 수립에 있어 빠른 속도의 진행은 지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재무장관으로 있었던 경험을 기억해보면 균형과 신중을 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경제 성장 속도와 발맞춰서 이런 정책들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리스의 '천천히, 빠르게'라는 말처럼 변화를 진행하는데 있어 안정적인 진행이 중요하다"며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 저숙련 노동자 등 낙오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인구 감소, 생산성 둔화 등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사회안전망 확대, 여성참여 증진 등과 같은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여성과 젊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 접근성을 높였다"면서 "아직 성 격차가 있다는 점은 성장에 좋지 않은 징후"라고 언급했다. 이어 "경제 성장을 위해 여성 인력의 더 많은 참여는 성장을 촉진하고 불평등을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게 라가르드 총재의 생각이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법적 체계를 구축하고 2차 소득자에 불리한 과세가 적용되지 않도록 조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 부문의 참여도 중요하다"며 "여성 참여를 증진시키면 회사의 여건이 더 나아질 수 있음을 기업들이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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