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속도에 맞춰줘야 저숙련 근로자 등 낙오 안해
[ 오형주 기자 ]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균형을 잡고 신중을 기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경제 성장 속도에 맞춰 신중히 추진해야 합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너무 빨리 움직이면 저숙련 근로자 등 많은 사람이 낙오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2007~2011년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한복판에서 활약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일부 조치가 긍정적일 수 있다”며 “예컨대 최저임금을 올리면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함으로써 내수를 진작하고 경제 성장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경험을 언급하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서) 균형을 잡고 신중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조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인데 그렇게 하려면 공급도 같이 따라가야 한다”며 “이런 조치들은 경제 성장 속도에 맞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에 ‘천천히, 빠르게’라는 말이 있다”며 “변화를 계속하되 안정적인 진행이 중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수요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공급 혁신(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 성장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년 동안 구조개혁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불확실한 여건에서 견고함을 유지해왔고 재정적 여력도 충분하다”고 호평했다. 그는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께도 말했듯이 이런 재정적 부분을 활용해 한국 경제가 직면한 노동인구 감소와 생산성 둔화 등 중기적 도전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혁신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것도 사회 생산성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전망에 대해선 “IMF는 한국 경제 성장률을 올해와 내년 모두 3.0%로 예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IMF는 올초 한국 경제 성장률을 2.6%로 예측했다가 두 차례에 걸쳐 0.4%포인트 올렸다.
라가르드 총재는 북한의 핵 개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데 대해선 방한 기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사실을 전하며 “전쟁까지 안 가더라도 갈등 그 자체가 영향을 미쳐 긴장감이 고조되면 경제의 하방 위험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는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매우 강한 회복력을 지녔기 때문에 계속해서 탄탄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 직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각각 만났다. 문 대통령은 라가르드 총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 정부는 ‘사람 중심 경제’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정하고 소득주도 성장이 실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이 IMF가 강조하는 ‘포용적 성장’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하며 “한국의 공정경제 정책은 진입장벽을 낮춰 유망 기업의 신규 진입을 촉진하고, 재벌의 과도한 시장지배를 막아 생산성 제고와 포용적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증진과 성별 격차 해소가 매우 중요한 경제 정책 방향이라는 데 공감했다. 장관 30% 여성 임명,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과 관련한 한국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7~8일 기재부와 한국은행, IMF,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공동으로 주최한 ‘아시아의 지속 성장 전망과 과제’ 국제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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