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슨 화이트헤드의 퓰리처상 수상작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출간

입력 2017-09-11 19:16  

미국 인종주의 광기와 참상…흑인 노예소녀 탈출기


[ 심성미 기자 ] 소설 제목인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underground railroad·지하철도)’는 미국에서 노예 제도가 폐지되기 이전인 1800년대 남부 노예들이 북부의 자유주나 캐나다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운 점조직이다.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이들은 비밀리에 도망 중인 노예에게 음식과 은신처를 마련해주고 북부로 갈 수 있는 길을 알려줬다. 스스로를 ‘역장’ ‘기관사’로 칭한 이들은 도망 노예를 ‘승객’, 이들의 은신처를 ‘역’으로 부르는 등 실제 철도 용어를 은어로 쓰며 10만 명이 넘는 노예를 탈출시켰다.

미국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사진)는 이 조직이 흑인 노예들의 탈출을 돕는 지하철도를 실제로 건설했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은행나무)를 썼다. 주인공은 19세 흑인 노예 코라. 어느 날 도망갔다 잡혀온 동료가 살갗이 모두 벗겨지게 매질을 당한 뒤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것을 목격한 뒤 코라는 탈출을 결심한다. 목적지조차 알 수 없는 지하철도를 타고 조지아주를 탈출해 다른 주에 가까스로 도착할 때마다 코라는 잔혹한 인종차별주의의 실상을 목도한다. 노예제 변혁에 대한 바람이 불고 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흑인을 대상으로 한 화학적 거세와 의료실험이 자행됐다. 노예 사냥꾼 리지웨이를 피해 당도한 노스캐롤라이나의 백인 주민들은 수적으로 압도하는 흑인을 경계해 노예제를 강박적으로 지지한다.

작가는 당대 흑인이 겪어야만 한 비참한 참상을 소설 속에서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해리엇 제이컵스, 토니 모리슨 등 흑인 노예 문학의 고전과 17~18세기 미국의 역사 연대기, 노예들의 실화를 수집한 ‘연방작가프로젝트’ 등을 참조해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 빠져나온 곳만 아니라면 어디로든”(341쪽)이란 생각으로 끝까지 도망가는 코라를 숨 가쁘게 따라가다 보면 잔혹한 실상에 압도당한다.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 우리 손에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누려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추격전’이라는 서사 구조 덕분에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수식을 배제한 작가의 단문은 박진감을 배가시킨다. 크고 작은 반전이 시계열을 따르지 않고 장과 장 사이 배치돼 있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지난해 미국도서상을 시작으로 앤드루카네기메달, 퓰리처상, 아서클라크상 등을 석권한 소설이다. 미국도서상과 퓰리처상을 함께 받은 작품은 24년 만에 처음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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