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설' 쓰고 싶지 않지만…취준생, 블라인드 채용에 울상

입력 2017-09-12 10:14  

하반기 '탈스펙'과 '블라인드 채용' 기조에 울상을 짓는 취준생들이 늘고 있다. 기업들이 창의력, 순발력 등 정성적 역량에 초점을 두면서 입사지원서 문항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개인 정보 기재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신경 쓰이는 요소다.

공공기관 공채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김모 씨(24)는 자소서가 요구하는 문항을 보고 숨이 턱 막혔다고 했다. 자소서 문항 하나에 '왜 변화나 혁신이 필요했는지' '본인의 책임이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어떤 행동이나 활동을 했는지' '그 결과는 무엇이었으며 왜 본인에게 의미 있는지?'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 습득한 것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꼬리를 무는 형태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총 5개 대주제에 대한 소질문이 3~6개씩 됐다. 전체 질문 총 개수는 18개에 달했다. 1만 바이트(byte) 분량, A4 용지 5장에 이르는 자소서를 인재상에 맞춰 쓰면서 김 씨는 진땀을 뺐다. 그는 "다른 기업 자소서에서는 지식을 융합하거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문제해결한 경험 등을 묻기도 했다. 자소서 쓰기가 너무 힘 든다"고 말했다.

사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윤모 씨(23) 역시 자소서 문항을 보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은행원이 갖추어야 할 디지털 역량은?'이란 질문을 두고 하루종일 머리를 싸맸다. 생각 없이 진부하게 썼다가는 인사담당자가 바로 탈락시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기억에 남는 선택의 순간은?' '한 문장으로 본인을 간략히 PR하라' 등의 질문도 취준생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눈에 띄고 참신하게 작성하려다 보면 자소서 한 문항에 몇 시간은 훌쩍 간다.

차별화된 내용을 적으려는 욕심에 실제 경험보다 과장하는 '자소설(자기소개서와 소설의 합성어)'을 쓰는 구직자도 적지 않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취준생 1070명 대상 조사에서는 60.8%가 "자소설을 작성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올해는 블라인드 채용 실시 기업이 많아 여느 해보다 더 까다롭다는 평가다. 길고 까다로워진 자소서에 더해 개인 인적 사항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경험 등을 서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블라인드 채용 기업은 "학교명, 가족관계, 출신 지역 등 인적 사항을 포함해 기술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인 경험을 서술하면서 인적 사항을 배제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게 취준생들 고민. 명확한 기준이 없어 취업 준비 관련 온라인 카페 등을 중심으로 어디까지가 '허용 범위'인지 묻는 질문글이 많다. 취준생 윤모 씨는 "개인 경력을 쓸 때 참여 연구과제나 지도교수를 안 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해외 대학 출신 등 성장 배경이 일반적 케이스와 구분되는 구직자 역시 막막함을 호소했다. 외국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은 "지원 계기를 쓰려면 성장 배경이 필요한데 해외라는 특성상 출신지와 학교가 드러날 수 있어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구직자 역시 "지원 동기가 관련 산업에 수십 년간 종사하신 부모님 영향 때문인데, 그렇게 쓰면 가족관계가 언급돼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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