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이념·정치적 편향 지적에…김명수 "그런 생각 가져본 적 없다"
여당 "사법개혁 적임자" 엄호
[ 김기만 기자 ]
여야는 12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이념적 편향성’과 ‘경력 부족’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병역비리·위장전입 같은 도덕성 검증 대신 김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과 경력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오히려 여당 의원이 김 후보자의 도덕성을 강조하기 위해 부동산 투기 여부를 묻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인사말에서 “저는 31년 동안 한결같이 재판 업무에 전념해온 판사”라며 “판사를 이념적인 잣대인 진보와 보수로 양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과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그는 우리법연구회에 대해 “판사들끼리 법원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법연구회가 사조직이 아니라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특히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고 그 많은 사람이 정파성을 일정히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채익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맡아 양승태 대법원장 몰아내기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며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서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인한 새로운 사법 숙청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대법원 산하 기관인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관리하는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모든 내용을 다시 한 번 살펴 추가 조사를 요청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지명 통보를 위해 연락받은 것 외에는 일면식도 없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의 경력 부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법관 행정 경험은 춘천지방법원장 재직이 전부”라며 “대법관 경력 없이 대법원장을 하기에는 옷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지금 시대에 요구하는 대법원장 상이 그와 같은 권위와 경력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을 구현하는 데는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야당조차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인 도덕성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김 후보자의 높은 도덕성을 조명했다. 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사실이 있냐’는 백 의원의 질문에 “분양받은 일도 없다”고 답했다. 탈세나 논문표절 등에 대한 질문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법관을 천직으로 생각한다. “법관을 사직하고 정치권이나 청와대로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소신을 밝혔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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