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국정과제 중 91개가 '입법' 필요한데…'협치' 비상 걸린 청와대

입력 2017-09-1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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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인준안 부결' 후폭풍…여야, 정면 충돌

강한 불만 쏟아낸 당·청
추미애 "염치없는 소행" 야당 비난…"국민의당과 관계 재설정" 목소리
청와대 "여야대표와 회동 어려워져"

'야당 책임론'에 반발한 야3당
"정부·여당이 이런 식으로 가면 대법원장 인준도 장담 못한다"



[ 서정환/조미현 기자 ]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대야(對野) 강경노선 전환을 시사했다. 야 3당은 여당의 부결 책임론 제기에 강력 반발했다.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이 힘들어졌다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정치권이 ‘협치냐 대치냐’의 중대 갈림길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야당 향해 불만 쏟아내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개원식에서 “국회가 헌법기관의 권한을 갖고 있다는 당당함을 내세워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헌재소장 자리를 날려버린 것은 염치가 없는 소행”이라고 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 자리에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등 야당 중진이 다수 참석했다.

추 대표는 “하도 막막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협치의 시작과 끝은 오로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드는 것이어야 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은 협치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대표의 축사 도중 정 원내대표는 자리를 떴고, 추 대표는 단상에서 내려온 뒤 국민의당 의원들과 인사도 하지 않고 퇴장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권여당이 여소야대, 4당 체제에서 부족함을 보였다”며 “민심의 요청에도 이런 결과가 빚어진 데 대해 국회운영 전반에 다른 방향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야 강경노선 전환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뒤이어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야당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자유발언에서 의원들은 헌재소장 부결은 민주세력에 상처를 준 사건이고, (김 후보자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당과 이대로 가는 게 맞는지,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옛 여권인 한국당·바른정당을 겨냥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권력형 취업비리 청탁 관련 국정조사 및 검찰 재조사, 그리고 지난 10년간 공영방송(KBS·MBC) 국정조사 카드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에서 ‘우원식 책임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우 원내대표는 지도부 및 4선 이상 중진의원 긴급회의에서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만류를 받고 철회했다.

◆김명수 후보자 인준에 불똥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더 노력하겠지만 여야 대표 초청 회동이 현재로서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등 상황을 보면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야 3당이 여당의 부결 책임론 제기에 강력 반발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도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명수 후보자의 국회 문턱 통과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청와대의 태도나 민주당의 태도는 그것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답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이런 인식이라면 향후 인준 (표결)에서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코드인사를 사법부에 채워서 나라를 바꾸려는 시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91개가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협치나 야당의 양보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가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정환/조미현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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