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명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봤다. 청년층의 극심한 취업난이 그대로 드러났다. 구직자를 대상으로 ‘해외 취업 의향’을 물었더니 무려 78.5%가 해외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유는 ‘국내 취업난이 너무 심각해서’가 46.9%로 가장 많았다. 몇몇 사람들은 타지까지 가서 직업을 구하느냐고 안타까워할 수 있겠지만, 이는 세계화 속 당연한 추세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은 9.3%에 달했다. 체감실업률로 불리는 청년층 고용 보조지표도 22.6%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그만큼 취업 시장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더욱이 20대 취업자 수가 1만8000명 줄며, 석 달 연속 취업자가 감소하는 형국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주체는 기업이 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업은 경기 침체와 불안한 경영환경 등을 이유로 오히려 고용을 감축할 만큼 국내 취업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려 할까. 그러나 공무원 일자리 확대는 국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지 못한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으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핵심은 바로 ‘일자리 세계화’다. 한국 청년들은 글로벌 마인드와 실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 실제로 근무 여건과 복지가 잘 갖춰져 있고, 자신의 실력을 세계 무대에서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외국 기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다.
청년들에게 양질의 해외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에 맞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외교부 재외공관, KOTRA와 KOICA(한국국제협력단) 해외 사무소 등 해외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기관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정부는 해외 시장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노하우, 잘 갖춰진 인프라를 동원해 청년들의 해외 진출 지원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한 인재 양성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골든타임’을 우리는 놓쳐선 안 된다.
정운천 < 바른정당 최고위원 gbs2008@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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