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무산… 갈등 증폭

입력 2017-09-13 18:37  

"교단 분위기는 태풍 직전"


[ 구은서 기자 ] “교무실 공기가 태풍이 오기 직전 같아요.”

서울 강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정규직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씨(26)는 “교육부가 비정규직 교원 처우 방안을 발표한 뒤 교무실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고 했다. 이씨는 “교사 11명이 한 교무실을 같이 쓰고 있는데 이 중 4명이 기간제 교사”라며 “발표 전에는 정규직·비정규직 교사들이 각자 의견이 달라도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얘기를 나눴는데 이제는 갈등만 다시 키울까 봐 아예 대화가 실종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 11일 비정규직 교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전면 백지화한 이후 일선 학교에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섣부른 ‘희망 고문’으로 학교 구성원의 갈등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간제 교원들은 무엇보다 허탈함을 호소한다. 기간제 교원의 사기 저하가 수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조모씨(29)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조씨는 “정부가 괜히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줘서 몇 달간 ‘희망 고문’만 당했다”며 “꾸준히 경력을 쌓아 사립학교 정규직으로 옮길 계획이었는데 ‘기간제 교사란 이런 대우를 받는 자리구나’란 생각이 들어 늦게라도 임용고시를 준비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규직 전환 무산은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도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 중인 정모씨(26)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했다”고 잘라 말했다. 정씨는 “오래전부터 정규직 교사 시험·자격증 제도를 운용해왔는데 갑자기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로 전환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기간제 교사들조차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의제를 정부가 들고나오면서 혼란만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교단의 갈등은 쉽게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교육부 발표 직후 성명서를 내고 “이번 결정은 전국 4만7000여 명의 기간제 교사를 농락한 행위”라며 “앞으로 모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가 관철될 때까지 대정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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