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2020년까지 해외 로컬영화 연 20편 개봉"… 글로벌 제작사 '도약'

입력 2017-09-13 18:41  

CJ E&M 글로벌 영화사업 본격 시동

CJ E&M의 전략
10개 이상 언어로 영화 제작
세계적 스튜디오로 '날갯짓'
국내 영화산업 발전 시금석

해외 공략 이유는
한국영화로는 해외 개척 한계
포화된 내수시장 만회 포석
감독 등 인력 수출 효과도



[ 유재혁 기자 ]
CJ E&M은 지난 7월 베트남에서 제작 투자한 로컬영화 ‘걸 프롬 예스터데이’를 현지에서 개봉해 102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총제작비 10억원을 들인 이 영화의 극장 매출은 300만달러(약 34억원). 세금 및 배급수수료 등을 뺀 순수익은 5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두 청춘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베트남 소설 원작을 각색한 이 영화는 CJ가 베트남 감독과 배우, 스태프 등을 기용해 현지 업체와 공동제작 및 배급을 했다. CJ E&M은 지난 6월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 투자한 ‘스위트 20’(인도네시아판 ‘수상한 그녀’)을 개봉해 104만 명을 모아 ‘걸 프롬 예스터데이’와 비슷한 규모의 순수익을 냈다.

CJ E&M이 글로벌 영화 제작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정상궤도에 오른 것으로 판단, 관련 사업을 본격 확장하기로 했다. 정태성 CJ E&M 영화사업부문장은 13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CJ E&M 글로벌 영화사업 설명회’를 열고 “2020년까지 해외 로컬영화 제작 편수를 연간 20편 이상으로 늘리겠다”며 “10개 이상 언어로 영화를 만드는 ‘글로벌 제작 스튜디오’로 발돋움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연간 한국영화 15편 정도를 투자 배급하는 국내 사업보다 편수 측면에서 해외사업 규모를 더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사업 부문에 80명의 임직원을 둔 CJ E&M은 2007년 한·미 합작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6개국에서 총 23편의 해외 로컬영화를 제작, 개봉했다. 지난해에만 해외에서 9편의 로컬영화를 만들었다. 현재 각국에서 개발 중인 로컬영화는 총 20편 이상이다.

역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로컬영화는 ‘수상한 그녀’ 리메이크 버전이다. 국내에서 관객 865만 명을 모은 ‘수상한 그녀’를 중국 베트남 등 현지에 맞게 리메이크한 것. 중국판 리메이크작인 ‘20세여 다시 한번’이 역대 한·중 합작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중국 베트남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서 현지에 맞게 리메이크돼 총 78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CJ E&M은 터키 멕시코 등 신규 시장 개척에도 나선다. 지난 5월 터키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겨울 한·터키 합작영화인 ‘핫 스윗 앤 사우어(Hot Sweet & Sour)’ 개봉을 앞두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수상한 그녀’를 스페인어 버전으로 개발 중이다. 미국에서는 흑인 사회를 겨냥해 ‘수상한 그녀’ 영어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로컬영화 제작에 적극 나서는 것은 한국영화로는 해외시장에서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정 부문장은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바탕으로 현지 정서에 맞는 로컬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부가가치가 높다”며 “국내 창작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수상한 그녀’의 경우 로컬영화로 총 50억원 이상의 순익을 거뒀지만 완성작 등의 수출실적(대부분 순익)은 4억원에 불과했다. 로컬영화 제작 현장에는 한국 감독과 스태프가 파견되는 경우가 많아 인력 수출 효과도 거둔다. 무엇보다 국내 영화시장은 수년째 2조원대로 정체돼 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영화 관람 횟수는 세계 최대 수준인 4.2회에 달했고 영화의 핵심 관객층인 20~30대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CJ E&M 영화사업부문은 내수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지난해 4분기 13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섰으나 2분기에 다시 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화 한 편당 제작비는 100억원대로 치솟고 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 수는 몇 안 된 탓이다. 정 부문장은 “CJ E&M의 해외시장 공략 성공 여부는 정체된 국내 영화산업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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